힐러리 브래트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노년의 삶과 행복에 대한 성찰 담겨

여행은 때가 있다고들 한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다 늙어서 무슨 여행”, “무릎 아파서 걷지 못해”라는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숨은 뜻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국의 통념상 그래도 세 번의 거절은 해야 한다는 의미 속에서 나온 것인지.자식들을 장성하게 다 키우고, 숨 돌릴 틈이 생길 때 여행에 나선 중년들은 이야기 한다.

“이렇게 좋은 것을, 젊을 때 더 많이 다닐걸.”어른들은 이야기한다.

체력 좋고 젊을 때, 감성 풍부한 그 젊은 시기에 여행 많이 다니라고. 돈이 없다면 빚을 내서라도 다니라고 말이다.

자신들은 늦었다면서 말이다.

힐러리 브래트의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책세상)는 자신들을 한탄하는 노년들에게 던지는 용기이자 노년을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세상에 대한 외침이다.

인생의 전성기를 훌쩍 넘긴 그들에게 무엇보다 도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나이를 둘러싼 자신과 타인의 시선이다.

이 정도 나이라면 이제 그만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와 조용히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편견 말이다.

책 속의 노인들은 ‘나이는 모험에 방해가 될 수 없다’, ‘노인 요양원의 흔들의자에서 서서히 시들어가는 것보다는 케냐 초원에서 단번에 죽음을 맞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면서 담대하게 집을 나서 불편한 여행을 감행한다.

책의 기획자이자 대표 저자인 힐러리 브래트가 서문에서 “삶이 끝을 향해 갈수록, 점잖은 사람이 되고픈 욕망은 점점 강해진다.

우리는 최후까지 이 욕망에 저항해야 한다”는 <타임스>의 문장을 인용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들의 여행에는 그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과 연륜, 어린 세대를 향한 따스한 시선도 엿보인다.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경험한 만큼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감정의 동요가 없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오히려 작은 일에도 큰 행복을 느낀다.

대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경에 눈물을 글썽이는가 하면 현지인이 건넨 작은 호의에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타지에서 맺은 인연을 죽는 날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 한다.

때로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더해져 더 큰 감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지각색의 체험담을 보고 있으면 나이가 든다는 것, 병이 내 몸의 일부가 되고 갖가지 약을 달고 산다는 것, 유한한 삶을 받아들이고 죽음에 점차 가까워진다는 것 등 누구나 마주하게 될 노년의 삶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청년기만큼 반짝이지도, 에너지가 넘치지도 않지만 점잖아지고픈 욕망 대신 도전과 모험을 선택해 그리하여 삶의 마지막까지 꿈꾸는 존재가 되기를 택한 이들의 여행기에는 나이든 이들이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행복에 대한 성찰,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청사진이 모두 담겨 있다.

갈수록 삶의 방식은 다양해지고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의 20, 30대가 마주할 노년 역시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제 노년은 죽음을 기다리며 조용히 삶을 정리하는 기간이 아닌, 그간 삶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새로운 인생일 수 있다.

해외여행 중 나이에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노인 여행자들을 한 번쯤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 적 있다면, ‘나도 저렇게 나이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이 책은 분명 울림을 줄 것이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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