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문인들이 모여 만든 모악출판사가 세 번째 시집을 펴냈다.

문신의 <곁을 주는 일>이다.

문신 시인은 1973년생으로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전주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대학원 어문교육학과에서 문학교육을 공부하여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작은 손>,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가 당선됐다.

지난해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소나기 지나갈 때>가, 올해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발굴하는 토피아(topia), 복권되는 생활>이 당선되며, 시인이자 평론가가 됐다.

그가 2008년 시집 <물가죽 북> 이후 8년 만에 시집을 펴냈다.

첫 시집을 펴낼 당시 30대 청년이었다면 이젠 40대 중년이 됐다.

아니 앞두고 있다.

시인의 나이 듦은 성숙이다.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주변을 살피는 폭이 넓어졌고, 일상의 자잘한 세목들을 눈여겨보는 자세 또한 투명해졌다.

또한 좀 더 노련해졌으며, 더러는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시인의 신작 <곁을 주는 일>에서 일관하고 있는 시적 시간은 중년이다.

중년을 아직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인은 삶 속에서 보이는 중년의 기미들을 모으고 있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중년이 무척 궁금했던 터라 지지난해부터 순정파가 되기로 혼자 다짐했다”고 말한다.

그가 구축해놓은 일찍 늙어버린 시선은 저 혼자 오래 늙어보겠다는 개인의 통증이 가득한 기록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노동시간을 부여 받은 중년, 모든 걸 오롯이 먹고사는 일에 투자해야 하는 중년, 그러나 그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닌 중년. 그러한 우리 시대 중년의 모습을 시인은 단층촬영 하듯 분할하여 낱낱이 짚어준다.

시인이 보여주는 풍경들은 우리 모두가 지나왔고 또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될 중년의 이야기다.

문신 시인은 우리 시대의 중년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나누고자 한다.

이러한 공감의 시도는 독자가 시를 통해 소통해야 한다는 문학의 명제를 실현하려는 노력이다.

문신은 시, 동시, 문학평론 3개 장르에서 신춘문예 당선을 한 작가다.

문신이 쓰는 서정시는 서정시의 제1원리인 공감과 동일성으로 글쓰기 영역을 해체하여 새롭게 통합한다.

또한 동시의 투명한 세계 인식, 비평문의 날카로운 시대감각과 내적 논리는 문신의 독자적인 시적 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제다.

동료 시인들은 이번 문신의 시집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박성우 시인은 “한편 한 편이 특별하고 고혹적이다.

 문신은 시의 유행에 미혹되지 아니한 순정한 수행자 시인임에 틀림없다.

 삶과 시를 따로 두지 않는 보기 드문 젊은 시인이 수행으로 얻은 말을 아껴 내주는 예리한 여백, 소란스럽지 않고 고요하다.

 그 곁에 있는 수작조차 격이 있고 깊이가 있다.

 날카롭고 아름다운 시집이다”는 평을 남겼다.

해설을 쓰기도 한 박성준 시인‧문학평론가는 “혼자 울기에는 모처럼 <늦은 날>에는 이제 문신의 두 번째 시집을 펼쳐보아도 좋겠다.

모과나무 그늘 아래에서처럼 최소 네 번은 놀랄 준비를 하고 말이다.

그렇게 놀라는 동안 우리는 문신의 약이 되는 시의 진짜 의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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