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동녘) 이 제목은 우리 한국사회 현실을 관통한다.

여기에 더해 좀 더 본질적인 질문도 제기되어야 할 듯하다.

실업문제로 힘겨워 하는 이 시대, 지금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임금노동은 좋은 것인가?,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그리고 오래, 열심히 일해야 하고, 심지어 일을 즐기기까지 해야 하고, 삶의 에너지 대부분과 중요한 부분을 돈을 벌기 위한 일에 내어 줘야 한다면, 과연 최저임금이 상승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고, 더 좋은 일자리를 얻게 된다고 한들 우리의 삶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저자는 미국의 여성학자로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노동 문제에 천착해 왔다.

책을 통해 저자는 임금노동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좋은 것이라는 전제에 반기를 든다.

우리가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을 ‘탈정치화’시켜 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특정한 직업, 일자리의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현대사회의 노동 자체에 대해서는 정치적 논의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을 비판하며 일의 문제를 다시 정치의 문제로 되가져온다.

또한 사람들이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을 넘어 일하기 위해 사는 데에는 산업화 시대와 탈산업화 시대까지를 지배하고 있는 노동윤리가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생산 중심주의에 매몰되어 있던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지만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에서 임금노동으로 좁게 규정지어진 일의 개념을 확장하고 반노동(antiwiork) 담론과 탈노동(postwork)사회로의 정치적 상상의 단초를 다시 끌어올린다.

바로 무급 가사노동의 유급화를 주장하던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을 재해석하는 데서 출발해, 과거의 노동윤리를 거부하고 기본소득을 요구하자는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기본소득은 가사노동과 같은 무급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동조건의 개선과 무급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며 싸워왔던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을 포함한 진보적 정치 운동마저도 노동을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활동으로 받아들였던 것을 함께 지적하며 노동윤리의 강력한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한국사회에서 역시 조건 없는 기본소득과 노동시간 단축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늘 이런 주장에 비판적인 논자들은 “현실적이지 않다”라는 말로 응대를 하곤 한다.

누군가에게 이런 요구들은 너무도 ‘비현실적’이고, 그래서 낭만적인 유토피아주의로 폄훼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끊임없이 일하도록 요구받는 동시에 언제나 불안감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일을 단순히 일자리와 직업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사회와 개인의 삶을 구축하는 근본적 축으로 조망하는 관점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지금의 노동사회와 일을 고민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충분히 또 다른 생각을 낳게 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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