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불거진 지 1년이 지났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9월 18일 폴크스바겐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미국 환경단체가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측에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작동에 대한 연구 조사를 의뢰하면서 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됐는데 EPA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가 의혹을 사실로 확인, 공개한 것이다.

사건의 파문은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었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진의 사퇴가 뒤따랐고 대규모 리콜과 배상 방안은 미국 등 나라별로 현재진행형이다.

    독일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폴크스바겐의 탄생은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어로 '국민차'라는 뜻을 지닌 폴크스바겐은 당시 통치자인 아돌프 히틀러가 설립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틀러는 1933년 국가 주도의 국민 자동차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성인 2명과 어린이 3명을 태우고 시속 100㎞로 달리는 게 목표였다.

히틀러는 국민 자동차 프로젝트를 공학박사인 페르디난트 포르쉐에 맡겼고 딱정벌레같이 생긴 폴크스바겐의 원형 모델을 포르쉐가 만들었다.

전쟁 와중에 폴크스바겐 공장은 파괴됐고 1945년 생산이 재개됐으나 상당 기간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매각이 추진되다 무산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회생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골프', '제타', '파사트' 등이 인기를 끌면서 세계 車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지만, 이번 사건으로 또 한 번 위기에 처했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 21일 독일 본사 임원이 처음으로 한국 검찰에 출석했다.

폴크스바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가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예고하고 있다.

일개 참고인 신분이긴 하지만 폴크스바겐 본사 임원이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조사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사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

  검찰 수사는 배출가스 조작이 독일 본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폴크스바겐 내부 문서 내용을 인용한 독일 현지 언론의 보도가 눈길을 끈다.

사건이 터지면서 물러난 빈테르코른 전 CEO가 작년 7월 미국 당국 인사들과의 만남에 앞서 '디젤 게이트' 관련 사실을 '부분적으로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CEO가 사건 은폐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폴크스바겐의 간부들이 주고받은 해당 문서는 작년 7월 30일자로 돼 있고 미 당국자와의 회동은 8월 5일이었다.

빈테르코른은 작년 사퇴하면서 "CEO로서 책임을 지는 것일 뿐 배출가스 조작은 몰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 시장의 경우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에 그치지 않았다.

소음·배출가스·연비 시험 인증서를 제멋대로 꾸며 제출했고 미인증 차량을 버젓이 수입해 한국 정부와 소비자들을 속였다.

폴크스바겐이 수출 대상 국가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한국에선 폴크스바겐의 리콜 계획조차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 리콜이나 소비자 배상 방안이 속속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리콜계획서는 올해 1월과 3월, 6월 등 3차례 정부에 의해 반려됐다.

리콜계획서에 '임의조작' 사실을 명시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폴크스바겐이 조작 사실을 시인한 만큼 계획서에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폴크스바겐은 송사가 진행중이니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배상은 고사하고 차량 결함을 시정 받지도 못한 국내 소비자는 '봉'이 됐다.

  우리나라에 수입차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87년이다.

2001년까지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매년 0.3~0.7% 가량으로 1% 미만에 그쳤으나 점유율이 상승세를 타다 2012년 10%를 돌파했다.

점유율 10%를 넘기는 데 25년 정도 걸린 셈이다.

지난해에는 수입차 점유율이 15%를 돌파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력 브랜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이 수입차에 대한 일각의 맹신 기류나 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티 정서'에 영향을 미칠지도 새삼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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