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재판소가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측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헌재는 29일 이런 결정을 내렸다.

변호사시험법 부칙이 사법시험을 2017년까지만 실시한 후 폐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는 청구인들은 이들 조항이 헌법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주장해 왔다.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사시 존폐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일단락됐다.

이제 사법시험을 유지하는 방법은 국회의 입법을 통한 길만 남게 됐다.

만약 국회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법시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시 존폐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던 것처럼 헌재 재판관들의 견해도 5대 4로 갈렸다.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재판관 5명은 사시 폐지가 평등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고, 위헌이라는 4명의 재판관은 경제력이 없는 계층의 법조인 진출을 막고 사회 반목이 심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위헌 정족수는 6명이므로 결론은 합헌이었다.

판결문은 "(변호사시험법의) 입법 목적은 사법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고, 이 목적의 정당성이 있다"고 했다.

또 일부 로스쿨에서 입학전형의 불공정이나 교육과정 부실 등이 지적된 것과 관련해서는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평등권 등 침해로 위헌이라는 재판관 4명은 사시 폐지가 단순히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등 공익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사시와 로스쿨이 양립할 수 없는 제도가 아니고, 각각 장단점이 있어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사시를 폐지함으로써 사시 제도가 갖는 많은 장점을 소멸시키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도를 넘는 것"이라고 봤다.

합헌 판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중시한 반면, 위헌입장을 보인 재판관들은 제도 자체보다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우려했다고 볼 수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사법시험이 유지되는 방법은 이제 변호사시험법의 개정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해 법무부는 사시를 2021년까지 4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법무부는 당시 4년의 유예기간에 로스쿨 제도 개선을 위한 심층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법무부의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19대 국회에서 몇몇 사시존치 법안이 발의됐다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사시존치 법안이 발의되고 있으나 아직 활발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입법 작업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겠으나 헌재 판결의 취지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듯하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는 일단 로스쿨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형평성을 증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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