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원호 신세대 건축 대표

건축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부지를 정리하여 건물을 세우기 좋게 만드는 일이다.

경사진 땅을 평탄하게 만든 후 여기에 여러 시설을 매립하여 인간이 거주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건축설계 작업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일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활용하여 그 토지위에 건물을 지을 수 없을까 하는 일이다.

특히 풍경이 좋은 경사진 절벽이나 산속에서 말이다.

경사가 심한 곳은 아예 건물을 세울 수 없을 뿐더러 인허가 받아내기도 힘들다.

그런 부분은 산림훼손허가나 개발행위허가를 거쳐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평탄작업을 하고 나서야 가능하다.

건축법에서 대지라 함은 건물이 들어 서 있거나 법적으로 들어 설 수 있는 토지의 범위를 말한다.

여기서 대지는 건축물의 용도나 밀도 등을 규제하기 위한 개념이며, 토지를 대지로 바뀌기 위해서는 토지 형질변경허가나 농지전용허가·산지전용허가 등을 받아야 하고, 하나의 대지로 인정하여 건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경사가 심한 부지에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허가 절차를 거쳐 평탄하게 작업한 후 그 위에 건물을 짓는 것인데, 경사진 자연지형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건축물을 짓지 못하고 항상 평지를 조성한 후 건물을 짓는 것이 문제이다.

금수강산이라 자손대대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명목하에 온갖 규제법안을 만들어 놓고, 통제하기에 좋은 닭장 같은 곳에 살게 해놓고, 가끔 필요하면 선심정책인 양 그린벨트라도 풀어주는 국가정책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편리성을 줄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우리는 왜 선진국처럼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에, 그것도 경사가 심한 곳에 건물을 짓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인지, 그것은 우리의 잘못된 법과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생긴 내 땅이라는 소유의식 때문이다.

지자체별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산지에서 평균 경사도가 15%~20% 이내에만 건물을 세울 수 있도록 하였다.

임야 경사도가 전주는 15%, 완주는 18%, 진안은 20%, 정읍은 30%까지 한정되어 그 이상 되면 아예 건물 지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경사진 부분을 부지 정리하여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서는 더 넓은 부지를 조성하면서 대지경계까지 밀어내어 석축이나 옹벽으로 보강하면서 평평하게 만들어 자연환경을 더 훼손하게 만든다.

그 결과 여기저기 파헤쳐서 흉물스런 풍경을 만들어내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변해 버린다.

그것은 자연을 보호한다는 지자체 법과 규제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산림을 훼손하는 주범이 되고 내 땅을 가꾼다는 소유의식이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그렇다면 전 국토의 70%~80%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토지를 활용하면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리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도 이제는 역발상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석축이나 콘크리트 옹벽으로 평지를 만들어 토지개발비가 많이 드는 개발방식을 떠나,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원형녹지보존 개발방식을 취해야 할 때이다.

이는 대부분이 준농림지가 아닌 농림지인 우리나라에서, 전 국토가 몸살을 앓게 하는 "자연훼손 평지 만들기" 방식이 아닌,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녹지 보존하면서 건축이 가능한 방식을 채택하고 입법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지면적 100평을 만든다고 할 때, 경사도 10% 미만은 개발행위 최소허가부지 200평에 원형보존녹지 50%, 경사도 11%~25% 미만일 때는 최소허가면적 250평에 원형보존녹지 비율을 60%, 경사도 21%~30% 미만은 최소 개발허가면적 350평에 원형 보존녹지 비율을 70%, 경사도가 32%~35% 미만은 최소 개발허가면적 400평에 원형보존녹지 비율 75%, 이러한 방식으로 세분화된 법과 규정을 만들고 수질 환경보호책을 강구한 후, 경사가 가파를수록 토지분할 면적은 크게 잘라질 것이고, 모든 건축물은 택지 100평 내외에서 조성이 가능하며 나머지 토지들은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지역 관광을 살리기 위해 국가나 지자체에서 경관이 뛰어난 곳을 선택하여 민간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개발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자연훼손 없이 아름다운 주거지와 관광지가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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