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안의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마음 등 서글프고 애잔한 마음 서정적 표현 눈길

석정문학 회장 정군수가 시집 <초록배추애벌레>(인간과문학사)를 출간했다.

정군수는 문학계에서 다방면의 활동을 해왔다.

국어교사로 정년퇴임한 이후 계간지 <시대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전주풍물시동인 회장, 전북시인협회장, 한국문인협회전주지부장, 한국문인협회전북지부장, 전북대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신아문예대학 문창과 교수, 전주교도소 독서동아리지도교수, 최명희문학관 운영위원, 석정문학 회장을 맡고 있다.

전영택문학상, 지평선문학상 등을 수상한 경력도 갖고 있다.

<모르는 세상 밖으로 떠난다>,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봄날은 간다>, <늙은 느티나무에게> 저서가 있다.

신간 <초록배추애벌레>는 표지만 놓고 보자면 동시집인가 착각할 수도 있겠다.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귀여운 어감과 초록 방울이 맺혀있는 그림이 저절로 손이 가게 만든다.

그럼 책의 제목으로 지어진 시 <초록배추애벌레>를 한 번 보자. 동시처럼 느껴졌던 그 시는 아이들의 시선보다는 부모의 시선이 느껴진다.

‘새벽이면/이슬 내린 속잎만 먹여 키웠다/푸르딩딩 말랑말랑한 고 귀여운 것이/아금아금 갉아 먹어 구멍 난 줄 모르고/초록만 먹고 자란/초록배추애벌레가 장하여/제 새끼인 줄 알아 포기에 감사고 살았다/다 자란 애벌레가 초록을 벗고/흰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아갈 때/그때도 가물가물 초록나비인 줄 알았다/제 속살 먹여 키운 초록애벌레가/흰나비가 된 줄 모르는 그대여/초록날개 하늘하늘 춤추며 찾아오는/초록나비를/기다리는가/가을이 깊어가는 배추밭에서/가을해는 자꾸 짧아 가는데 그대여/눈 감고 보라/초록애벌레가 얼마나 귀여웠는가를/내 하늘이 저물어가는/또 다른 하늘에서 짝을 찾아 노니는 배추흰나비를’ 시를 찬찬히 읽다보면 품안의 자식을 떠올리게 만든다.

좋은 것만 먹이고, 내 살 깎으며 고이고이 키워온 자식. 그 자식은 어느덧 장성해 부모의 품을 떠나 훨훨 노닌다.

수록된 시 <수목장>도 참으로 서글프고, 애잔하게 만든다.

나무를 통해 위안을 받으려하지만, 그 슬픔은 한 없이 커 좀처럼 가시지 못한다.

‘나를 받아주어서 고맙습니다’ 시의 첫 문장부터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중략)나이테가 내 뼈인 줄 알아도/슬프지 않지만/사랑한다는 말 하지 못하고 온 이승 사람이 있어 슬픕니다’ 본디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죽은 이가 편안히 갔을 것이라 애써 위안을 삼고는 하는데 이 시를 보자니 떠난 이가 그리워지고, 안쓰러워진다.

본디 예술이라는 것은 예술가의 손을 떠나면 그를 본 사람에 의해 제각기 해석되어진다.

또 다른 독자는 이 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일이다.

시인의 의도를 알고, 시의 숨은 뜻을 온전히 알고 싶다면 뒤편에 부록으로 수록된 해설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허나 <초록배추애벌레> 책에 수록된 시 해설은 전작 <늙은 느티나무에게>의 해석이다.

<초록배추애벌레>의 해설은 시인의 다음 시집을 기약해야 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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