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조배숙  

전 세계인의 관심사였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미국의 팝 가수 밥 딜런이 주인공이 됐다.

1901년 노벨상 시행 이후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터라 하나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학상을 일개 대중가수에게 수여하는 것이 맞느냐 하면서 미국인 작가 조디 피콜트는 '그러면 이제는 소설가인 내가 그래미상 받을 차례다'고 비꼬기도 했다.

또, 밥 딜런이 원래 유태계로서 로버트 앨런 지머맨이라는 본명으로 노벨상에 유태계 입김이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노벨상 위원회에서 밥 딜런을 문학상 최종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전혀 뜻밖인 만큼 깊은 고뇌의 결과였으리라 생각한다.

대중음악이라는 장르에 반전, 평화와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인 무거운 담론을 시적인 가사로 노래해 인류에 기여했다는 평가라는 생각이다.

밥 딜런의 노래에 담긴 사회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또한 현재의 인스턴트적이고 자극적이며 감각적인 가사가 주된 대중음악 풍조에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만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측면에서 한창 베트남 전쟁을 비롯해 크고 작은 전쟁을 수행해야 했던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반전을 노래하는 밥 딜런의 노래들이 ‘손톱 밑 가시’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정부가 밥 딜런에게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 힘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볼 때 박근혜 정부의 행태는 전혀 딴판이다.

지난 대선에서 다른 후보의 지지성명을 한 문화예술계 인사 1만명에 해당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문화예술 지원에서 배제시켜 온 의혹이 드러났다.

이는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문화예술의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특히, 영화제작 및 작품 지원작을 선정하는데 있어 자신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영화인들을 걸러냈다는 영화계의 주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실제 블랙리스트에 오른 유명 영화제작자가 이유 없이 투자심사에서 탈락하고, 결국 같은 영화를 워너브라더스와 함께 제작해서 700만 명이 넘는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것은 국가적인 부의 해외유출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은 게 아닌가 싶다.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이러한 행태는 유신독재로의 회귀와도  같다.

김민기와 양희은 등 한국의 대중가수와 작곡가들도 밥 딜런에게 직접적 영향을 받았으며 유신독재에 대한 저항정신을 노래해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이 또한 정권이 지나면 역사 속에서 하나의 웃음거리로 기록될 것이고, 부끄러운 자화상이 될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시상하는 스웨덴 한림원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밥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표현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지만 ‘정권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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