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문 닫은 카세트테이프 공장 예술 접목한 재생사업단지 재탄생 다양한 장르 실험 창작 유도해 생산 일반 시민과 접점 확장에 온 힘 모아

도시의 재발견 - 16

팔복예술공장, 함께 만드는 창작의 장

 
지난 21일부터 팔복예술공장(총괄감독 황순우)이 시범 개관을 했다.

팔복예술공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재생사업으로 채택되어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함께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이다.

팔복예술공장으로 쓰이는 전 쏘렉스 공장은 우리나라 음악산업의 한 장을 열었던 카세트테이프를 생산하던 곳으로 생산량 대부분을 외국으로 수출하며 외화를 벌어들인 팔복수출산업단지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어 CD와 다른 매체의 급속한 개발로 인해 사양화되었고 그 와중에 노동권에 대한 분쟁으로 400여일을 대립하다가 25년 전 문을 닫았다.

그 후로 몇몇 공간들에 다른 공장이 입주를 하여 사용하였으나 카세트테이프 생산 현장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다.

전주에서 정서적으로 동떨어진 공장지대에 예술을 접목한 재생사업이 들어선다는 것이 낯설 수도 있지만, 금형, 용접, 주물, 주조, 소성을 중심으로 한 뿌리산업이 가동 중인 그 곳은 알게 모르게 많은 예술인들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인들은 도심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를 팔복산업단지에서 구하고 수많은 공정 중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한다.

이에 팔복예술공장은 다양한 예술장르와 기술을 매칭, 실험과 창작을 유도하여 제2, 제3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예술공장’의 면모를 갖추려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네트워킹은 예술과 산업을 상생시키고,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더없이 소중한 역할을 할 것이다.

팔복예술공장 시범개관은 내년 정식개관을 위한 실험과 소통의 장을 만드는 과정 중의 하나다.

창작자들은 장소를 해석하고 팔복 공단으로 확장해 지역과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팔복동 주민들은 시범개관식을 위해 뜨거웠던 여름날 땅을 갈고 코스모스 씨를 뿌렸다.

그 씨앗이 고맙게도 때에 맞춰 꽃을 피웠다.

팔복예술공장 야외에 드리워진 코스모스 꽃밭은 팔복동 주민들의 염원이자 예술작품이다.

또 전시 기간 중 도슨트 역할을 할 주민들은 그 전부터 예술에 관한 교육과 일반인들을 예술의 장으로 안내할 수 있는 면모를 갖추려 노력하였다.

또한 끊임없이 사람과 문화, 예술과 인문에 관한 담론을 진행하며 일반 시민과의 접점을 확장시켜가는 데에 온힘을 쏟고 있다.

지역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팔복예술공장의 취지를 살려 지속가능한 운영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시민의 참여를 담보로 출발한다.

팔복예술공장이 제시한 세 가지 중요한 개념은 기억의 재생(아카이빙), 천명의 얼굴과 마음(참여와 소통), 예술의 힘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남겨진 터의 기억을 존중하고 그 곳에 새로운 의미와 방향을 설정하며 한 사람 한 사람 마음과 정성을 모아 미래를 만들어가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줄 예술의 힘을 모으는 곳! 이처럼 팔복예술공장이 시민들의 일상에 즐거운 ‘덤’이 되어 점차적으로 시민들의 일상 안으로 스며들기를 바란다.

/고은설 아트클러스터 별의별 대표‧팔복예술공장 커뮤니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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