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쌓이는데 풍작으로 쌀 넘쳐나 쌀값 80kg 14만원 붕괴 20년만에 최저 전북 공공비축미-시장경리 물량 적어 농민 손해 고스란히··· 대책 서둘러야

전북도청 광장에 볍씨더미가 야적됐다

쌀값 전쟁이 시작됐다.

남아도는 쌀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물가는 치솟는데 쌀값은 갈수록 폭락하고, 창고마다 재고량이 넘쳐나며 농심에 멍이 들고 있다.

정부에서는 쌀 생산량 증가에 따른 벼 추가매입 등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현실적인 쌀값 대책이 아니다”며 대북지원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전국 각지에서 벼 야적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전북도청 광장에도 4년 만에 볍씨더미가 야적되는 일이 재현됐다.

이제는 보전이 불가능한 선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입장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공공비축용 매입으로는 쌀값 하락을 막는 근본대책이 될 수 없는 만큼 대북지원이나 다양한 가공을 통한 재고미 처리, 밥상용 쌀 수입 물량 축소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쌀 재고 처리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만큼, 쌀값 전쟁의 배경에는 어떤 문제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없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농민들 한숨만 깊어져= 쌀 가격 폭락과 재고량 급증에 따라 농민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전북 지역의 한 농민은 “쌀값이 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해 쌀 소득이 지역 농업의 60% 가까이 되는 전북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나락을 수매하지 않는 지역이 발생했고, 5만원이던 쌀값은 3만3천원까지 급락하는 일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도의 경우 농민들이 제안한 벼 매입 특별자금 150억 원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시군 농협조합장들은 도 방침을 어기고 한 가마당(40kg) 2천 원씩 보전해주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농협에 이어 정부 역시도 쌀값 폭락의 원인만 제공한 채 농민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농민들은 스피커를 잡고, 머리띠를 두른 채 거리로 나섰다.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산지 쌀값(80kg)은 지난 8월 14만 원이 붕괴됐고, 10월에도 13만1천808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1995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정부는 변동직불금을 통해 쌀값하락분을 지원하고 있다.

변동직불금은 기준가격(18만8천원) 이하로 쌀값이 떨어지면 그 차액의 85%를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쌀값이 13만 아래로 떨어지면 농업보조총액 한도액이 초과된다.

다시 말해 초과 분에 대한 농가지원은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정부 공공비축미 배정물량의 부당함도 산재해 있다.

최근 정부는 시도별 공공비축미 배정물량을 발표했다.

당시 전북의 배정물량은 5만972톤이다.

이는 전국 36만톤의 14.2% 수준이다.

전북의 쌀 재배면적(전국 15.5%), 생산량(전국 16.3%) 등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시도별 물량 산정 시 전년도 매입실적(85%)과 벼 재배면적(10%), 시책평가(10%)를 적용하고 있다.

매년 배정물량이 낮아 매입실적이 적을 수밖에 없는 전북 농민들은 매년 손해를 감수해야 상황이다.

반면, 전남 등 일부 시도에서는 많은 물량을 배정받아 손해를 줄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쌀값이 폭락해 공공비축미와 일반수매 가격격차가 커졌다.

단순비교만 하도라도,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은 4만5천원, 일반수매 우선지급금은 3만5천~4만 원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시장격리 분까지 공공비축미 배정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전북은 시장격리 물량 또한 공공비축미 배정물량과 함께 낮게 배정됐다.

지역농민들만 이래 저재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전북 쌀은 전국 거래가격과 비교해 낮게 형성돼 왔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산지쌀값을 전국평균가격으로 산정한다.

낮은 가격에 형성되는 지역입장에서는 산지평균가격에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지평균가격을 통해 변동직불금 등이 결정되면서다.

쌀값이 낮은 만큼 지역농민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구조다.

농민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지자체와 정부가 쌀값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여러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쌀값하락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대책이 없다면 농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낮게 형성되는 쌀값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서 “지역위치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수년 동안 적용돼 온 결과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쌀값 하락 원인 어디에?= 무엇보다 공급 과잉이 쌀값 폭락의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시·도별 생산량을 보면 전북은 68만6천톤으로 전남(84만 8천톤)과 충남(77만 9천톤)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쌀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으로도 올해 468만t의 쌀 생산이 예상되며, 소비량은 437만t 수준에 머물러 31만t의 공급 초과가 전망되고 있다.

특히 식생활 변화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공급 초과현상은 단시일 내에 해소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2002년 87㎏에서 2003년 83.2㎏, 2004년 82㎏, 2005년 80.7㎏, 2006년 78.8㎏, 2007년 76.9㎏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재고를 40만-50만t씩 해소해 오던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면서 이 같은 공급 초과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UR협정 이후 쌀 관세화 유예 대가로 도입한 의무수입량도 국내 쌀 재고를 높인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쌀 재고에 따른 심각성도 크다.

그 동안 전북지역 내에서는 몇 년 동안 계속된 풍년으로 쌀 생산량이 증가하며 쌀 구매비용과 양곡 보관비용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났다.

전라북도의 경우 정부양곡 보관창고(860개)의 보관능력은 64만 톤인데 작년 말 현재 재고량이 35만9천3951톤이나 된다.

현재까지 28만 톤의 여유가 있다고 하나 올해 풍년이 들어 많은 쌀이 생산되면 더 이상 저장할 수 없다.

그 동안 전북은 두 차례에 걸쳐 2만8천톤씩 6만여톤을 격리했지만, 재고 쌀이 넘치고 있다.

전북은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7차례에 걸쳐 총 34만1천톤의 쌀을 북한에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늘어나는 쌀 재고량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그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은 ‘2016 농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5 양곡연도 기말재고율은 32.3% 수준으로 2015년산 20만톤의 쌀을 시장격리 한다 해도, 쌀과잉 재고 문제는 해소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재고물량이 늘어나면 정부의 양곡재정 적자로 인한 갖가지 부작용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돼, 이문제의 파급효과를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쌀값하락, 솔로몬의 지혜 절실= 농민단체들은 쌀 대북지원 재개와 농협 수매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쌀 대북지원 재개와 함께 이를 법제화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대북정책 등으로 볼 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격리 물량 또한 최소 100만톤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쌀값 안정대책으로 나올 수 있는 정부 대안은 추가 시장격리 물량 배정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외 지역에서는 농협RPC 등이 손해를 감수하고 우선지급금을 상향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일정부분 가격안정이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의 쌀값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농가와 농협 등이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추가예산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진단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쌀값 하락에 따른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 농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공비축미 배정기준 변경을 비롯 △지역배정물량 지속 확대 △정부차원의 생산조정제도 도입 △식량안보를 지키고 농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 발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쌀 지원 등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쌀 수매 후 보관을 위한 예산과 쌀 재고량에 따른 쌀값하락에 따른 변동직불금 지급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이고, 효율성 있는 대안이 찾아야 한다”면서 “대북 쌀지원과 쌀 생산조정제도 도입 등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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