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그림 두 점을 나란히 감상하며 예술가와 소통하는 미술 감상법 제시

김진희 미술평론가 '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

그림은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것에 큰 차이가 난다.

모르고 본다면 그냥 첫 느낌, 그림이 주는 느낌에 주목하지만 알고 본다면 그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들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김진희의 <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윌컴퍼니)은 비슷한 그림 두 점을 나란히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감상법을 제시한다.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그림들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그만큼 깊은 울림을 느낀다.

저자는 미술평론가다.

연세대학교 신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으며, 아트컨설팅서울,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 등에서 전시기획, 문화예술행정 업무를 했다.

현재는 미술의 역사와 현장에 대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어떤 사람들은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예술가 중에서도 문학이나 음악에 관여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런 말에 동의할지 모른다. 하지만 보는 것이 감상의 전부이고, 보이게 만드는 것만이 창작의 수단인 미술의 입장에서 보면 이 말은 틀렸다. 미술의 역사를 보고 인생을 보면, 보이는 것(만)이 중요하고,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다 보인다. 다만 시력, 곧 볼 수 있는 능력이 문제일 뿐이다”(본문 36쪽)고 말한다.

책은 대가들의 작품들 중 비슷해 보이는 두 작품을 천천히 살핀다.

닮은 점과 차이점을 분석해나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화가의 생애나 사회적인 배경, 미술사적 의의 등을 설명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예술가나 비평가들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고 예술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소통하는 것이 미술 감상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본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술가는 훌륭하고 고마운 존재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의도에 종속될 필요는 없다.

요리사의 의도를 들어야 음식 맛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고, 그 목표가 갸륵했다고 해서 없는 음식 맛을 있는 셈 쳐줄 수 없는 것처럼, 미술 작품 앞에서 항상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림 앞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감상자에게 화가의 의도를 이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 요리사의 의도를 설명하고서 맛을 못 느꼈다고 타박하는 것과 같다.

미술가는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고, 훌륭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의도를 충분히 전달한다.

그러니 감상자가 할 일은 작품의 뒤를 캐고 주변을 둘러봐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앞에서, 그 표면에 시각을 집중하여 예술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게 잘 안 된다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만난 셈 치면 된다.

그 사람과 이번 대면에서 뭔가를 얻는 것은 포기하고 다른 사람, 다른 작품과 대화를 이어 나가면 된다.” (본문 9쪽)

작품과 화가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두 개의 그림을 찬찬히 살피며 그 과정에서 흥미를 느낀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배경 지식이 되는 작품의 사회적 시대적 배경, 미술사적 의의 등을 차례로 설명한다.

그림에 대한 아마추어들도 당당하게 그림을 마주하고 감상할 수 있는 안내자가 되어준다.

또한, 그림을 통해 저자가 풀어내는 삶과 예술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그림을 통해 가능함을 보여준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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