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스먼 '농장해부도감' 가축 돌보기 농사짓기 등 예쁜 그림으로 만나는 농장 일기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힐링’한다며 시청소감을 남긴다.

줄리아 로스먼의 <농장해부도감>(더숲) 역시 독자들에게 쉼을 제공한다.

대도시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뼛속까지 뉴요커인 저자는 어느 성탄절 날 남편이 성장한 시골 농장을 방문하게 된다.

처음 만나는 광활한 풍경부터 농장 곳곳의 신기한 농기구와 동물들, 논밭의 작물들과 시골의 오래된 부엌까지 이리저리 둘러보는 호기심 가득한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다.

가축을 돌보고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하고, 자연의 흐름과 함께 생활에 필요한 것을 충족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규칙적인 분주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책에서는 우리 생활에서 흔히 쓰이지만 그에 대한 내용은 몰랐던 것에 대해 지식을 전달해준다.

평소에 무심코 사다먹는 토마토나 사과의 품종이 열 가지를 훌쩍 넘길 만큼 다양하다는 것, 고기를 주는 소와 우유를 주는 소의 다른 생김새와 품종별 특징, 갓 짜낸 신선한 우유로 직접 만드는 치즈와 건강한 당근 케이크를 만들어 먹는 모습 등 그동안 몰랐던 유용한 지식들을 친근하게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을 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예쁜 그림으로 표현해 더욱 눈이 간다.

글로서 이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실사 사진으로 편집했다면 책의 매력은 반감됐을 것이다.

사진이 아닌 그림이기에 부담 없이 다가가기 편하다.

이 책의 특징 한 가지를 더 꼽자면 농장에서 보내는 일상의 한 장면이 자연스레 자연과의 교감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양을 혹사시키지 않기 위해 해마다 짓는 작물을 바꾸어가며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배려, 집 근처에 나무를 심고 그를 이용해 바람을 막아 에너지를 아끼는 지혜, 인간에게 유용한 털과 고기를 주는 동물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안해낸 각종 동물우리와 장비들이 그것이다.

일방적으로 자연을 이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농장이다.

인위적인 것들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급하며 살아가는 삶을 꿈꿔봤다면 책이 더 흥미롭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것들, 무궁무진한 먹을거리와 동식물들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우리가 지금 먹는 것들과 입는 것, 사는 곳 모든 기본적인 생활은 자연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평생을 도시에서 지냈던 저자는 시골의 자급하는 생활을 경험하면서 우리 삶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그러한 삶의 가치와 전통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도 가져오고 싶다고 말한다.

자연의 풍성함은 도시의 똑같은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다양한 삶의 공간과 방식이 존재함을 알려주고, 일깨워준다.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지식들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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