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진봉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에 의하여 저질러진 온갖 비리는 다시 한 번 민주주의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하고 위험한 제도인가? 그럼에도 개인의 존엄과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어떤 것들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가? 이런 문제가 이번 사건을 통하여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박근혜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은 아주 가까운 사이이다.

박근혜대통령은 최순실과 그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정치인으로서 성장하기도 어렵고,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기도 어려웠다.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선거를 도와 준 사람도, 의원 활동을 할 때 보좌관들을 선임한 사람도 최순실과 그 주변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 이전에 육영재단의 운영권을 앞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형제 자매들과  다툴 때에도 편을 들어 운영권을 장악하게 해 주었고 그 결과 형제 자매들과도 멀어지고 이들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이 번 대선에서도 비선에서 실세 역할을 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 사건이 드러나면서 둘과의 관계가 단순히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 심각한 의존적인 관계였고 어떤 면에서는 정신적으로 거의 주종 관계에 있지 않았나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밝혀졌다.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들과도 독대를 하지 않는 박대통령이 수시로 최순실과 만나 국정을 논의했고 그 뜻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지고, 심지어 연설문을 수정하고, 입고 다닐 옷을 선택하며, 최순실이 좌지우지 하는 재단을 위하여 대통령이 재벌들에게 거액의 기부를 종용하였다.

국민들로서는 경악할 일이다.

국정이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비선실세에 농단되는 초유의 사태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제도의 무력함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정교하게 정비된 행정시스템이 비선실세 앞에 힘없이 무너지고 심지어 그 앞잡이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민주주의의 핵심제도인 보통 평등선거를 포기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뒤늦기는 하지만 이러한 비선실세의 농단이 밝혀지고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이러한 비리가 밝혀진 데에는 용기 있는 언론의 폭로와 용기 있는 검사들의 수사의 힘이 크다.

또, 그 배후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삼권분립 제도가 있다, 삼권분립제도의 또 하나의 축인 국회가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이변을 만든 것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허약하고 위험한 제도이지만 개인의 존엄과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각오로 비선실세와 주변인물 들에 대하여 철저하게 수사하고 엄정 하게 처벌하여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도 5%의 지지도가 보여주듯이 국민들이 이미 신뢰를 포기했음을 인식하고 모든 권한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자세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이 식물대통령이 된 이상 국민의 뜻은 국회와 정당들에 의하여 대변된다.

하루라도 빨리 국회 원내대표나 정당대표들을 만나 총리선출 권한을 위임하고 새로 선출된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하여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탄핵 여부도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확신하다.

이제 임기 1년 조금 더 남은 대통령을 탄핵으로 낙마시킬 것인지 아니면 임기를 채우게 하고 임기 후 형사소추를 받게 할 것인지는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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