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일 다사랑 병원 원장

요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최순실 의혹’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 여전히 호가호의가 있고 호가호의가 통하는 세상이라 점을 새삼 느낀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 선왕때 소해휼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북방의 나라들은 이 소해휼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초나라의 실권을 그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북방의 나라들이 왜 소해휼을 두려워하는지 이상하게 여긴 선왕이 어느 날 신하 강을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강을이 말했다.

“북방 오랑캐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여우가 호랑이에게 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여우가 호랑이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하늘의 명을 받고 파견되어 온 사신으로 백수의 제왕에 임명되었다.

그런데도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이는 천제(天帝)의 명을 어기는 것이 될 것이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너는 뒤를 따라오며 모든 짐승들이 나를 두려워하는 것을 확인하라.’이 말을 들은 호랑이는 여우를 앞장세우고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러자 과연 여우가 눈에 띄기만 하면 모든 짐승들이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앞장선 여우 때문이 아니라 뒤에 오는 자신을 두려워한 때문인지를 호랑이 자신도 몰랐던 것입니다.

북방의 제국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와 같습니다.

실은 소해휼의 배후에 있는 초나라의 군세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잔머리 강한 여우(狐)가 호랑이(虎)의 위엄(威)을 빌렸다(假)’는 고사성어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설명하는 것이다.

권력을 등에 업고 이를 누리는 호가호위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있었을 것이다.

‘권력형 비리’로 까지 확산되는 ‘최순실 의혹’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의 인연 때문에 최순실씨를 지금까지 직접 챙겼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씨가 호가호위 했다는 정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선 실세’로 지목되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육영재단을 함께 운영했던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2014년 ‘국정 개입’ 의혹을 받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보좌관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으로 있는 19개 대기업들은 문화와 스포츠 분야를 육성하겠다며 모두 800억원을 모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설립했다.

그런데 이 두 재단 설립과 운영에 최씨와 가까운 차은택 감독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최씨는 재단 설립과정에서 청와대의 힘을 빌어 기업들로 부터 강제 모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스포츠재단의 초대 이사장은 한 달 만에 사퇴하고 2대 이사장에는 최씨가 다니던 마사지센터를 운영하던 정동춘씨가 오르기도 했다.

이후 스포츠재단은 최씨와 자신의 딸 정유라씨 명의로 독일에 설립된 ‘비덱 스포츠’사와 파트너로 올림픽 비인기 종목을 육성하겠다며 4개 기업에 80억 원씩의 추가 투자 요청을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스포츠재단은 최씨가 설립한 회사에 직원까지 투입해 일을 돕도록 하고 승마 선수인 딸 정씨가 훈련 중인 독일 훈련장 근처 호텔을 사들이는 등 모녀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딸 정씨는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생으로 특례입학하고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하며 학사 과정에서도 혜택을 입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자고 나면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최씨가 ‘비선 실세’로 불리우며 모녀가 호가호의 할 수 있던 데는 우리가 모르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구심이 든다.

현 정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박관천씨는 검찰에서 “지금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사실이건 아니건 혼자 지어낸 말은 아닐 것이다.

어느 권력이건 주변에는 호가호위가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과 정황을 보면 지금 정권에서 최씨의 행적은 거의 무소불위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같은 무소불위와 호가호위도 여지가 없으면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다시 생겨날 여지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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