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초연 인기 높은 각본 기성배우-학생들 무대서 열연 주제의식-스토리 몰입 어려워

황토레퍼토리컴퍼니가 연극 <태>를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선보였다.

<태>는 1974년 초연된 작품이다.

이후 1998년 전국연극제 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전북연극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또 2006년도에는 국립극장에서 국가브랜드연극으로 국립극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2011년에는 와세다대학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으로만 미뤄 봐도 연극 <태>가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관심받기에 충분하다.

앞서 밝힐 것은 이날 작품 <태>를 처음 접했다는 것이다.

원작을 알지 못한다.

화려한 이력에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연극을 보고 난 이후의 느낌은 혼란이다.

분명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쳤고, 화려한 볼거리도 가득했지만 어떤 작품을 봤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전개되긴 했지만 어떤 스토리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정도가 되니 스스로 자책감이 들 정도였다.

‘좋은 작품인데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가’하고 말이다.

작품에는 조선의 7대왕 세조가 등장한다.

세조는 세종의 둘째 아들로 피의 군주로 평가되기도 한다.

자신의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수많은 신하를 죽였다.

헌데 작품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불분명하다.

작품에서 이를 말하려 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첫 등장에서 세조는 양위를 선언한다.

그러므로 단종으로부터 이미 왕위를 찬탈한 후의 이야기다.

세조의 양위선언은 신하들의 생각을 떠보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첫 시작은 그렇고, 또 등장인물이 박중림이다.

박중림이 자신의 손주가 곧 태어나니 출산을 허락해주길 간청한다.

세조는 아들이면 죽이고, 딸일 경우에만 살려주겠다 말한다.

이에 종이 자신의 자식을 바꿔치기해 박중림의 후손을 살린다.

종이 아들을 낳았다는 것도 후에 작품설명을 보고 알았다.

종의 대사에서 아들보다는 ‘자식’을 강조하고 있어 눈치 채지 못했다.

또 종의 아들이 죽임을 당한건지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종의 부인이 자식을 잃은 슬픔을 연기하니 몰입도가 떨어졌다.

반면 무대는 다이내믹하게 흘러간다.

안무가 펼쳐지고, 화려한 조명, 소품에도 세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이것들은 빛을 보지 못했다.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으니 극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또 배우들의 소리치는 대사들은 눈길을 끌었지만 전달력이 부족했다.

강약을 조절하며 내용 전달에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력은 뛰어났다.

기성배우와 학생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고 하는데 연습량이 얼마나 많았을지 그 땀들이 오롯이 느껴졌다.

연극 <태>, 무대는 화려했지만 작품의 내용전달, 주제의식 제대로 드러내지 않아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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