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태 전기업은행 부행장  

헌정 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이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피의자 신세가 된 현실에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774억원 대기업 강제모금, 공무상 기밀누설 등의 범죄를 직접 계획하고 최순실 등 측근들에게 실행을 지시했다”고 못박았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재벌그룹 회장들을 독대하면서 최씨의 ‘민원 해결사’ 역할까지 도맡았다.

검찰 공소장 소식을 접한 국민은 망연자실해 있다.

국가 공권력의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로 전락했고, 검찰수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수사팀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닌 사상누각’, ‘인격살인’, ‘유죄단정’ 등을 언급하며 검찰 발표에 심각한 유감을 표시, 검찰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까도까도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비리의 연속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 실제로 확인되어 국민은 실망감과 분노로 치를 떨고 있다.

여러 지역 광장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촛불을 들고 대통령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하야 및 탄핵의 요구가 거세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헌법이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국민도 헌법 정신을 위배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하고 청와대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물러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헌법이 무슨 의미를 지니기에 국민과 청와대가 헌법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일까?헌법은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 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을 말한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군주국이 아니고 신분적인 차별이 없고 국민 모두의 의사에 의한 공익성·공공성이 실현되는 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거로 뽑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선거 외에서는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소외감과 절망감을 자주 느낄 수 있다.

다수결 원칙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의 정치인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때 국민은 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특정인에 의해서 공적시스템이 무너지고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적 이익에 매몰된 대통령의 통치권은 헌법 정신을 분명 위배한 것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측이 내놓은 반응은 나라를 생각하는 대통령이란 지도자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뻔뻔한 자가당착의 궤변이었다.

국정 혼란이 이대로 장기화된다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검찰수사에 떳떳하게 응해 시시비비를 가려주길 바란다.

주권을 위탁한 국민 입장에서는 너무도 참담한 일이다.

사법체계까지 거부하면서 막나가는 박 대통령은 퇴진과 탄핵이 불가피하다.

부끄러운 범죄혐의에다 반발까지 하는 것을 보면 박 대통령은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이제 다른 선택지가 없어진 이상 탄핵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최대한 혼란 없이 마무리 짓는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국민은 헌법 정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 통치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헌법 정신을 수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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