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前代未聞)
전대미문(前代未聞)
  • 김종현
  • 승인 2016.11.2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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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퍼레이드가 계속되고 있다.

헌법이 주변 인물에 휘둘린 최고 통치자의 자해로 무너졌다는 사실이 놀랍고, 현직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가 됐다는 것도 헌정사상 초유다.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이 얽히고설킨 국정 농단과 국기 문란은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터널로 기록될 것이다.

의혹이 곪아 터진 지 한 달 이 됐지만, 끝이 어디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최순실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 20일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이들 범죄의 '공동정범'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은 99% 입증 가능하다"(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고 했다.

수사로 혐의를 입증해 재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검찰로서 이런 확신은 쉽지 않다.

사실상 100%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다.

공소장의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며 조금만 더 공개돼도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박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수사 결과가 이 정도라면 대통령이 겸허하게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청와대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 "부당한 정치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자발적 퇴진을 거부함으로써 정치권의 호흡은 좀 길어졌다.

탄핵이 유일한 해법이 됐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촌철살인(寸鐵殺人)은 녹슬지 않았다.

'국민 5천만 명이 달려들어도 꿈쩍도 않을 것'이라는 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촛불민심과 야권, 여당 내 비주류의 협공에 직면한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친박, 불소추 특권을 방패막이로 진지전에 돌입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관심은 두 가지다.

야권이 탄핵 발의를 언제 결행할 것이냐와 국회추천 총리가 성사될 수 있느냐다.

국회추천 총리는 여야 간 또는 야권 내부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심경 변화를 일으켜 돌연 퇴진하거나 탄핵이 현실화할 경우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대선 관리는 황 총리 몫이다.

국민의당은 이를 막기 위해 국회추천 총리의 조속한 선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야당과의 이해 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가 책임총리를 추천해도 박 대통령이 권한을 양보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탄핵 역시 절차가 간단치 않다.

야권의 표를 모아봐야 171석이다.

탄핵안 발의 요건인 의원 정수의 3분의 2(200명) 찬성을 얻으려면 새누리당에서 최소한 29표가 넘어와야 한다.

새누리당에서 비주류 가운데 30명 안팎이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표결에 들어갈 경우 어떤 결과나 나올지 예측이 어렵다.

야권은 탄핵안 발의에 앞장서겠다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다.

국회 문턱을 넘는다 해도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박한철 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말이고, 이정미 재판관은 내년 3월 말이 임기다.

탄핵심판이 내년 4월 이후까지 늘어질 경우 7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가능하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볼 때 충분히 탄핵사유가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 100% 장담은 성급하다.

여기에 국정조사와 최장 120일간의 특검이 예정돼 있다.

국회추천 총리, 탄핵, 국정조사, 특검이 뒤엉키면서 국정의 혼란은 극심해질 것이다.

촛불은 갈수록 위력을 키울 기세다.

지난달 24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일이 한 방송사에 의해 폭로된 이후 한 달째 우리나라는 국정이 마비 상태다.

국격이 훼손되고 '피의자 대통령'을 봐야 하는 국민은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고 한탄한다.

이 퇴행적이고 부조리하며 그래서 반역사적인 시간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그사이 경제나 민생은 내팽개쳐질 것이다.

정치권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국가 위기를 가중하는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우선 어느 당파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 성향의 국회추천 총리를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그가 이끄는 거국내각에 권한을 이양해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동시에 정치권은 탄핵절차를 밟아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여기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경제부총리라도 먼저 임명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가 무너지면 내년 대선에서 누가 정권을 잡아도 국정을 세우기 어렵다.

나라가 거덜 난 뒤에 최순실이나 박 대통령을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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