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서 끼 선보인 볼빨간 사춘기 대중성 외 숨겨진 매력 가득한 앨범

이휘빈기자의 나무라디오 #26.
볼빨간 사춘기-RED PLANET

오디션 프로그램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스타 발견이라기보다는 라이브 신파극에 가까웠으니까. 그래서 '슈퍼스타K6'에서 4명의 소년소녀가 사과를 들고 나타났을 때 웃음을 터트렸지, 집중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 중 둘이 쇼파르뮤직에 들어간 이후 각종 OST와 소속사  컴필레이션 앨범 등에 참여하며 감성을 키우기 시작했고, 올해 8월에는 정규 1집 앨범을 발매하고 가요차트를 석권했다.

어쨌든 그녀들이 라이프 신파극이 아니라는 것은 증명한 것이다.

볼 빨간 사춘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의해 발랄한 음악이 확산되면서 1위를 달성한 케이스다.

그들은 미생 OST 또는 컴필레이션 앨범서 조곤조곤 활동을 보인 것을 제외하면 정식 데뷔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것은, SNS의 속도감과 파급력 그리고 신선한 음악에 대한 대중의 갈망이 보기 좋게 화합한 데 있다.

이런 볼 빨간 사춘기의  혜성 같은 등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특히 가요계에 등장한 참신한 여성 듀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등처럼 이들을 파생된 비정규 아이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볼 빨간 사춘기는 분명 인디신 안에서 성장한 '밴드'이자 실제로도 '밴드 음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볼 빨간 사춘기의 음악은 세상에서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앨범 속 트랙들은 대중음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형식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독창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댜. 그들의 튀고 밝은 느낌, 그리고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노랫말은 올해 인디씬이 보여주는 보편성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보컬 안지영의 감각적인 목소리와 이를 잘 다루는 프로듀서 바닐라맨의 편곡이 특수성으로 다시 버무려지고 있다.

인디씬의 데뷔가 언제나 그렇듯이, 이 밴드는 두 흐름을 다 껴안고 있다.

‘You(=I)’나 ‘초콜릿’처럼 예상되는 귀여움이 범벅된 곡들은 어디서든 재생하기 좋은 노래들이다.

하지만 대중이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음악들도 매력적이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리버브와 딜레이로 얼룩진 반주에 맞춰서 천천히 다가가는 발라드 ‘나만 안 되는 연애’, 영미권 팝록의 느낌과 흡사한 ‘사랑에 빠졌을 때’ 등은 그들이 단지 ‘깜찍발랄한’만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이 두 가지 흐름을 멋있게 융합한 곡이 바로 타이틀인 ‘우주를 줄게’다.

이 곡은 여타 곡들보다 대중들에게 확실히 귀를 모으게 하는 힘이 있다.

보컬 안지영의 비중이 큰 것이 사실이다.

앨범 기획도 적절하게 잘 맞고, 시기적으로도 아이돌 팀의 가라앉는 분위기에 치고 들어왔다.

여기서 다음 음반에 대한 기대와 걱정은, 이들의 특수한 색이 ‘수준’을 유지해도 ‘다양성’을 다시 보여주지 않는다면 흐르는 물처럼 휩쓸리기 쉽다.

다른 인디가수들의 짧은 전성기에서 벗어나, 그녀들이 한국 음악사의 새로운 변혁을 일으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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