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용  

12번째 특별검사 수사 대상이 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쟁점 중 하나가 뇌물 문제다.

최씨가 대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이나 기금 등 명목으로 받은 돈이 법적으로 뇌물이 되느냐 아니냐다.

통상 뇌물죄 적용에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변수다.

직무 관련성은 돈을 받은 사람의 직위와 업무를 의미한다.

대가성은 부정한 청탁 여부 등과 관련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가 공모 관계에 있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근거하면 제삼자 뇌물죄 적용이 검토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공직자이고 국정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다.

박 대통령이 모종의 청탁 또는 대가 관계에 의해 최 씨에게 돈을 주도록 했는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검찰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무산됐다.

사건 피의자인 박 대통령의 진술 한마디 없이 뇌물 혐의를 확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통령 조사는 특검에 달렸다.

최종 법적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 될 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형 비리 사건에서 법률이 적용되는 금품과 현실에서 오가는 금품이 별개일 수는 없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불거졌다.

금융실명제가 실마리 역할을 했다.

당시 증권가 등에선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차명 보유설이 나돌고 서석재 전 장관 등이 문제를 제기하던 상황이었다.

민주당 초선이던 박계동 의원의 국회 폭로가 비자금 사건의 계기가 됐다.

박 전 의원은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 기업체 명의로 예치된 예금계좌 조회표를 직접 국회에 들고나와 노 전 대통령이 보유한 비자금 내용을 공개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통해 포괄적 뇌물죄가 등장했다.

포괄적 뇌물죄가 법률 용어는 아니다.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면서 제시한 개념이다.

대가 관계가 불분명해도 금품 수수자의 직무나 수수 정황에 근거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측은 비자금에 대해 통치자금 또는 선의의 정치자금, 대선 잔여금, 당선 축하금 등의 명분을 내세웠다.

대기업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정치나 경제를 위해, 좋은 데 쓰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단호히 배척했다.

법률적 관점에서도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내놓은 담화문 내용에 두 전직 대통령과 비슷해 보이는 취지의 언급이 담겨 눈길을 끈다.

최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 대기업 등에서 거액을 챙겼는데 박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했다.

좋은 일 하자고 추진했는데 최씨가 잘못을 저질렀고 자신은 무관하다는 취지가 담겼다.

박 대통령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지 의구심은 여전하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비선 실세' 최 씨나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 등과 공범 관계로 결론 내렸다.

공범 중에서도 공동정범이다.

법률상 공범은 교사범, 공동정범, 종범 세 가지다.

교사범은 타인을 교사해 죄를 범하게 한 사람이고 종범은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사람이다.

공동정범은 공동으로 범행에 가담해 사실상 주도했다는 의미다.

현재 상태로 기소는 불가능하지만, 대통령의 범죄 가담 수위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명확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특검을 임명하면서 "특검의 직접 조사에도 응해서 사건 경위에 관해서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특검에서는 제대로 성사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영수 특검은 이번 수사가 '주권자인 국민 요구에 따른, 통치권자 본인과 주변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한 수사', '국민주권의 명령에 따른 수사'라고 규정했다.

매우 이례적인 내용이다.

특검은 물론이고 비리 사건 수사를 놓고 '국민주권의 명령'이란 문구가 언급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최순실 사태 수사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박 특검의 향후 행보는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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