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내면' 주제 작품 시도 광목-사다리-금붕어등 오브제 의미 전달 핵심 30일까지 개인전 진행

김지연 서학동사진관장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왔다.
정미소, 이발소, 근대화상회, 낡은 방, 삼천 원의 식사 등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는 현실을 카메라에 담아 관람객들에게 울림을 줬다. 이젠 시골 한 구석에서나 볼 수 있는 정미소를 촬영해 사람들에게 아련한 추억을,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여줬다. 이발소, 삼천 원의 식사 등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사진은 하나의 기록이기도 했다. 그런 김지연 작가가 또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그동안 사실을 기록했다면 이번엔 작가 내면의 세계를 표출시켰다.
/편집자주
  


지난 3일, 서학동사진관에서는 김지연 관장의 ‘놓다, 보다’ 개인전에 대한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서학동사진관을 친숙하게 드나들던 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본래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한다. 그런데 이날 만큼은 다과 앞에서 편하게 진행됐다.

“제가 매번 다큐멘터리 사진을 내놓으니 다큐만 찍을 수 있는 작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 분들이 더러 계셨어요.” 김 관장의 말처럼 이번 개인전은 기존에 선보여 왔던 작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마음속에서 담아둔 내면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것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전주 호성동에서 거주하는 관장은 가까운 건지산을 자주 찾는다. 어느 날 숲길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빨간 넥타이를 마주하게 된다. 관장에게 그 빨간 넥타이의 인상은 강렬했다.

그리고 2년 후, 군산 신흥동 폐가에 한 남자가 목에 걸었을 밧줄을 촬영하러 갔다. 빨간 넥타이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관장은 그 후 배롱나무에 리본을 붙여 놓고 바라보았다. 새장을 숲에다 가져다 놓고 보았고, 메르스로 혼란스러울 때 마스크를 나무에 걸어 놓았다. 작가는 놓고, 보았다.

촬영은 건지산에서 빛의 여건으로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또 여름 숲의 모습만 담았다. 애초 건지산만 고수한 것은 아니다. 다른 숲들도 찾았지만 10년 동안 다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건지산만 못했다. 또 관장이 원하는 느낌은 건지산에서만 찾을 수 있었다.

관장이 보여주는 오브제는 하얀 문, 모시적삼, 광목천, 사다리, 금붕어 등 다양하다. 분명 이 오브제들에는 말하는 바가 각각 있다. 그 오브제를 왜 놓았는지 질문을 던지기 전에 작가가 사진과 함께 써놓은 글을 읽는 다면 한결 쉬어진다. 작가의 글 솜씨는 뛰어나다.

작가와의 대화를 찾은 한 시인은 “하나의 작품이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그 글들은 작품 감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대화한다.

<광목천>이라는 작품에 관장은 ‘나무도 암을 앓는다고 생각했다. 매년 이 곳의 나무는 살과 뼈가 삭아서 쓰러지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를 한 번 감싸주는 일이다’는 글을 남겼다.

관장은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 각자가 자신의 감정으로 오브제를 받아들이면서 좋아했다. 부연설명이 관람에 방해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소수였고, 다수가 좋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작가와의 대화를 찾은 한 예술인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사진이 해석된다. 좋은 글은 사진을 헤치지 않고 살아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큐적인 작품에서 내면을 표출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 작가는 이번 작업이 속 시원했다고 표현했다.

“불안, 답답함, 억울함은 누구나 갖고 있잖아요. 그동안 작업을 해오면서 많은 고충이 있었어요. 이번 작업은 그동안 쌓여왔던 감정들의 해소이기도 해요.” 작가가 시원하게 감정 표출을 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간은 오는 30일까지다. 다만, 서학동사진관에서 ‘놓다, 보다’ 작업들의 전체를 만날 수는 없다. 전체의 작업은 사진집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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