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도로 소통을 이야기하다"

이보영 작가의 대표적인 소재는 아파트와 기린이다. 일부에서는 작가가 언제까지 아파트와 기린을 가지고 작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어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런데 지난해 작가는 캔버스 안에 있던 기린을 밖으로 꺼내왔다. 사람들의 우려는 기우였다. 많은 이들이 작가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냈다. 작가는 아직 아파트와 기린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다고 했다.
/편집자주


이보영 작가는 일상에서 소재를 찾았다. 졸업전시를 준비할 시점이었던 2008년,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 아파트가 시선에 들어왔다. 방안의 창문을 열면 자신이 있는 공간과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가 보였다. 각각의 창문으로 보여 지는 공간들은 일률적이었지만 그 안의 삶은 제각각이었다. 그 모습이 흥미로워 보이는 대로 그렸다. 그렇게 그리다보니 어딘가 심심했다.

자신은 각각의 삶에 주목하고 싶었는데 보이는 대로 그리다보니 사람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다. 널어놓은 빨래, 창문, 커튼이 사람 사는 공간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작가는 사람의 온기를 대신할 수 있는 사물들을 재조합했다.

콘크리트 벽면의 삭막해 보이는 아파트에 풀을 그렸다. 그 녹색의 풀들은 꿈이었다. 풀들이 자라는 모습은 사람들의 꿈이 자라고, 커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각각의 꿈을 키운다.

또 기린도 등장시켰다. 높은 아파트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긴 목을 가진 기린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초식동물이 갖고 있는 따뜻한 느낌도 좋았다.

기린은 사람이 사는 공간을 바라보고, 함께하며 각각의 공간에 머물고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저도 아파트에 살았지만 이웃에 대해 잘 몰랐어요.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치기는 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연령대는 어떤지도 잘 알지도 못했죠. 그런데 이웃과 소통했으면 하는 욕구가 일더라고요. 그러면서 기린이 등장했죠.”

기린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작가를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가족들이 응원해줬고, 작품도 팔렸다.

“저희 가족들이 참 냉정해요. 그런데 기린을 그린 그림을 보고서는 좋다고 해주더라고요. 그리고 그 때 서울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는데 작품을 설치하고 보니 만족감도 들었어요. 처음으로 그림도 팔렸어요. 정말 기분 좋았죠.”

현재 작가는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단독주택이다. 아파트를 떠났지만 여전이 아파트는 작가의 소재다. 또 아파트를 떠날 때의 느낌도 놓치지 않았다. ‘이사’가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바로 스케치를 해요. 이사도 정말 큰 일 이잖아요. 그때 꾸렸던 짐들을 작품으로 표현하기도 했었죠. 짐을 챙기다 보니 그 짐이 내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 더 라고요.”

작가는 기린과 아파트 소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한 평론가가 신예작가는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좋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전 그리고 싶은 것들이 아직 있는데 자꾸 다른 것을 해보라고 하니까 예전에는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요. 미련이 남을 것 같아요. 생활의 무게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그림도 바뀔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이 소재를 무조건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고 싶은 것이 아직 많다는 작가는 지난해 처음으로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주 소재인 기린을 캔버스 밖으로 빼내왔다.

“관람객이 그림 안에 들어오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평면 작업을 계속해서 하겠지만 부분, 부분 요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공간의 여건이 허락된다면 다음 개인전 때도 시도해보고 싶어요.”

작가는 여전히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인간의 소통을 이야기 하는 작가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소통을 이야기 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프로필

2014 전북대학교 대학원 미술학박사과정 수료

2010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2008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전주, 군산, 서울, 뉴욕)

2016 갤러리 숨 기획초대전 PLATFORM

2016 (갤러리 숨, 전주)

2015 이보영 개인전 (전북대학교 예술진흥관, 전주)

2015 이보영 개인전 (유나이티드 갤러리, 서울)

2014 The topsy turvy world (Elga Wimmer - Hyun Contemporary, New York)

2013 in nature (전북대학교 예술진흥관, 전주)

2012 정미술관 기획초대전 (정미술관, 군산)

2012 표정_창문 그 너머전 (교동아트스튜디오, 전주)

2011 까사디라고 초대전 (까사 디 라고, 군산)

2011 이보영 개인전 (공유갤러리, 전주)

2011 교동아트센터 기획 공모 초대전 - 그로잉 (교동아트스튜디오, 전주)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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