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귀신보다 무서운>

▲ '귀신보다 무서운' 포스터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사건은 온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사건이었다.

경찰과 검찰이 지적장애인을 포함해 장애인 부모 밑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청년 등 3명을 범인으로 몰았다.

억울하게 옥살이한 이들은 최근 17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작극회가 이 사건을 무대에 올렸다.

<귀신보다 무서운>.무겁고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연극에서는 극을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았다.

유머요소를 배합해 관객들에게 숨 돌릴 틈을 줬다. 그렇다고 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놓치지는 않았다. 가볍지만, 이 사건의 진실만은 전달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극은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몰입도가 상당하다.

청년들의 순수함이 어떻게 짓밟혔으며, 폭력으로 강제당한 상황들을 잘 표현한다.

극에서는 3인조를 2인조로 구성했다. 특히 이 2명의 청년들이 취조 받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무대를 2개로 분할 사용하고, 조명으로 구분된 각각 다른 방에서 청년들은 폭력에 시달린다. 매 맞는 장면에서 조명 효과로 그림자를 사용, 인물의 크기가 배가되게 했다. 그 때문에 더욱 잔혹하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연기는 발군이다.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1인 2역을 소화한다. 형사와 검사, 피해자 할머니와 교화위원, 진범과 제보자, 형사와 진범 등등이다. 그런데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관객들은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데 제작진이 1인 2역을 의식한 것 같은 장면이 나온 것이다.

형사 역을 맡은 배우가 검사로 배역이 바뀌면서 “이거 진짜냐, 못하겠다,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다”라는 식의 대사를 한다.

극에 몰입해 있는데 갑작스레 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극이 다시 몰입도 있는 전개로 흘러가는 것은 다행스럽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관심을 가져야만 사건이다. 우리가 외면할 때 피해자는 곧 내가 될 수 있다. 예술계가 이러한 점을 인식해 극으로 가져온 것은 환영받을 일이다. 잘 짜진 이 연극이 많은 이들에게 보여 지길 기대해 본다.

한편 <귀신보다 무서운>은 창작소극장에서 오는 18일까지 공연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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