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휘 소설가    

목민심서에 칙궁(飭躬)이라는 말이 있다.

목민관은 자신의 몸가짐부터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흥거유절(興居有節)하고 관대정칙(冠帶整飭)하며, 이민이장(莅民以莊)은 고지도야(古之道也)라’ 일어나고 앉을 때 절도가 있어야하고 관대는 가지런히 하며, 백성들에게 임할 때는 엄숙하게 보이는 것이 옛 지도자들의 도(道)였다.

날이 새기 전 세수하고, 조용한 마음가짐으로 당일 처리해야할 업무와 영을 내릴 것을 구분해 생각하고 사사로운 욕심은 단절하고 하늘의 이치에 따르도록 힘쓰는 것이다.

  이를테면 공적인 일은 반드시 정신을 모으고, 백성들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책들을 지혜롭게 대처하라는 한다는 뜻이다.

 목민관이 이러한 정치적 가치관을 잃으면 어김없이 민란이 일어났으며, 공분이 극에 달아오른 백성들은 관아로 달려가 아전들을 때려잡고, 수령을 잡아 고을 밖 지역으로 처참하게 내다버렸다.

지도자가 도를 지키지 않고 백성의 고혈을 짜는 비리가 포착되면 왕권시대에도 그렇게 항거를 해왔다.

대한민국은 2016년 병신년에 병신이 됐다.

 무지한 대통령을 두고 시녀만도 못한 최순실 일가에게 대한민국 난도질은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최씨일가의 농단을 하나하나 짚어가자 심장은 거칠게 뛰었고, 짧은 호흡은 당장이라도 멈출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대통령은 ‘거짓말’이 들통나자 ‘최순실과인연’을 마침내 인정했고, 그때부터 청와대업무는 멈춰 버렸다.

 ‘문고리 3인방’ 정호성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보고용 문건을 가지고 최씨 논현동 비밀사무실을 오가며 정부의 중차대한 정책과 더불어 장관들의 인사까지 자행했다.

<티브이조선>은 최씨가 대통령의상을 준비하는 동영상에 청와대행정관이 따라다니는 모습이 보이자 국민들은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최씨가 관여했던 국책사업을 더 살피자 분노는 노골적으로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대통령역점 사업이라고 했던 ‘문화융성’의 기틀을 짰고, ‘명품 브랜드와 한복의 콜라보 패션쇼’(40억원) 대형융합공연(140억원) 드라마·영화·뮤지컬 제작지원(300억원)등 1796억원대 예산을 짠 제안서가 최순실 사무실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중 문화창조센터 건립 400억원대 규모는 정부 본예산에 편성되었고, 현재 7000억원대 대형산업으로 커진 상태다.

 최씨는 1800억 문화융성예산안도 직접 작성했으며, 측근들은 기업들을 겁박하며 이권을 챙겼다.

차은택은 포스코 계열 광고사를 인수하려다 실패하자, 지분의 80%를 넘기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협박까지했다.

 ‘정유라 승마’도 최씨가 정부와 기업을 움직여가며 딸 승마를 지원했다.

정유라는 삼성에게 100억원대 지원을 받았고, 지금은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퇴출신세가 되었지만 이화여자대학교 체육특기자로 입학했다.

 최순실은 전 방위에 얽힌 비리는 대국민의 공분으로 이어져 촛불은 들불로 번져갔다.

토요일이면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수십만, 수백만명이 모여 ‘대통령하야’를 외치고 있다.

 촛불혁명에 가담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억울했다, 노력해도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는 하소연과 수십 번의 이력서를 넣어도 낙방하고, 날밤 새워 공부해도 명문대 문턱도 못가는 젊은 청춘들의 볼 멘 목소리였다.

 명함엔 문화예술인으로 쓰여져 있다.

하지만 전문문화예술인 78%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작금에 최씨 일가들은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청와대, 문체부차관까지 합세해 문화관광체육부 예산을 떡고물처럼 주물럭거렸다.

2016년 12월9일 국회에 제출된 박근혜대통령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299명중 도망1명, 기권1명, 찬성234명, 반대56명, 무효 7명으로 가결이 되었다.

숫자는 질서를 상징하듯 123457로 나타났다.

어렴사리 박근혜대통령탄핵소추안 가결은 병신년에 온 국민이 병신 안 된 것으로 천만 다행이다.

 올 여름 폭염보다도 더 지독하게 힘들었던 고통은 병신년에 희망이 없었던 한해였기 때문이다.

 ‘병신년아! 어서가라! 병신년아! 어서 물럿거라!’ 오늘도 촛불 든 수많은 목소리가 청와대 겨울하늘을 매섭게 채우는 환청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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