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조선의 아버지들'··· 이황-김인후등 12명 인물들의 올곧은 삶 비춰 성찰 기회마련

백승종 <조선의 아버지들>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모습은 어떨까. 우선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보태지고, 가족의 집단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어딘가 외로운 모습이다.

백승종의 <조선의 아버지들>(사우)은 조선시대 12명의 아버지를 소개한다.

조선의 아버지들이라면 철저한 가부장제 시대로 일방적이고 엄격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아버지들은 우리가 짐작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책에서는 김숙자, 유계린, 퇴계 이황, 하서 김인후, 충무공 이순신, 명재상 이항복, 사계 김장생, 박세당,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완당 김정희까지를 만날 수 있다.

존경받는 아버지들은 자식을 어떻게 키웠을까. 우선 자상하고 따뜻했다.

아버지 이황은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았다.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도 마구 야단치지 않았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지를 썼다.

같은 말이라도 정성껏 쓴 편지를 대하면 자식 입장에서 잔소리를 들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박세당은 어머니의 묘소를 지키는 아들들에게 예법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며 ‘예법을 무시하라’고 말했다.

또 말로만 훈계하지 않고 몸소 모범을 보였다.

아버지 정약용은 18년간의 유배 기간 동안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정진해 500권이 넘는 저술을 남겼다.

책 속의 아버지들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삶을 살았다.

밖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아내와 자식에게 권위를 부리거나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

이황과 이익은 노비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귀하게 대접했다.

또 어떤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조선의 아버지들은 엄청난 시련이 닥쳐와도 무너지지 않았다.

꿋꿋하게 소신을 지키며 삶의 본질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시대의 과제를 회피하지도 않았다.

아버지들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리를 지키기 위해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벼슬자리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심지어 목숨을 내놓는 일도 망설이지 않았다.

책에서 소개하는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올곧은 삶은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된다.

저자는 “이 시대 아버지들뿐만 아니라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인생의 좌표 하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백승종 저자는 독일 튀빙겐대학교 중국 및 한국학과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한 이래, 오랫동안 유럽의 여러 대학교를 순례했다.

독일에서는 9년 동안 한국의 역사, 문화, 종교, 문학 등을 가르쳤으며 독일 보훔대학교와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도 역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강의했다.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에서도 여러 차례 특강을 했고, 독일의 막스플랑크역사연구소에서는 초빙교수로서 미시사 연구에 종사했다.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과학기술교육대 대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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