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전누리 '우리는 현재다' 일제강점기부터 유신-군부독재시기 청소년들의 활약상 담아

박근혜 탄핵을 외치는 촛불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이 촛불에서 재기발랄한 모습으로, 또는 어른들의 정곡을 찌르는 성숙한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이들은 단연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은 ‘청소년도 국민이다’, ‘청소년도 권리가 있다’고 외친다.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는 늘 있어왔다.

3.1운동에 열여섯의 유관순 여성 청소년이 참여했으며, 4.19혁명이 청소년들부터 시작됐다.

한국 현대사에서 청소년들의 행동은 전혀 새로울 게 없음에도 우리는 새롭다고 외친다.

그간 기성세대들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을 가져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현재다>(빨간소금)는 청소년 정치행동과 관련한 숨은 사료들에 관한 이야기다.

앞서 언급한 3·1운동, 4·19혁명, 여성청소년노동자운동, 광주항쟁, 6월 항쟁, 촛불 집회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순간에 청소년이 어떻게 참여하고 했는지를 바라본다.

우리는 청소년을 현재의 주역이 아니라 미래의 주역으로 바라본다.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그러한 인식은 강화됐다.

학교가 부족해서 배울 수 없었던 일정강점기나 가난해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박정희 시대까지는 오히려 청소년들이 성인들과 분리되지 않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족농업노동에 참여하거나, 대도시에서 홀로 임금노동에 나서야했다.

따라서 3·1운동이나 4·19혁명, 70년대 노동운동에 청소년이 적극 참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교육이 계층 상승의 유력한 길로 본격화된 1970년대를 거치면서 청소년은 학생이 되었고, 청소년 노동자들은 작업복을 벗고 교복을 입게 됐다.

청소년들은 모범생이 되도록 요구받았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청소년인권’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일기 시작하고, 청소년 또한 신자유주의의 한복판에 내던져지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의 ‘나이 위주’를 꼬집는다.

지금의 청소년은 신자유주의의 억압을 성장 과정에서부터 체내했다.

87년 체제 이후 민주주의 밖에서 민주주의를 탄압하던 지배 권력은 이제 민주주의 안에서 계급 지배를 시도한다.

기성세대들이 민주주의 안에서 진행되는 자본독재에 대해서는 어떠한 저항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386세대가 새로운 민주주의의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민주와 진보 운동의 주체임을 자임하고, 심지어 그 가치를 독점하려는 경향을 띈다.

그리고 그러한 경향성은 청소년들에게까지 이어져 이들을 “어리다”고 배척한다.

이 책은 특정한 한 사건이 아닌 현대사의 여러 사건들 속에서 나타난 청소년의 모습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고 정리해둔 수많은 연구자들, 기록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이 미래의 주인공이 아닌 현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말하는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일깨울뿐 아니라 일제강점기부터 유신 독재와 군부 독재 시기를 거쳐 촛불 광장까지 거센 억압의 물살 사이로 거슬러 헤엄치는 구체적인 얼굴들, 우리 청소년들을 이야기 한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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