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살처분 수 100만마리 넘어서 고창 돌미저수지 출입 전면 통제 산란계 38.6% 도살-품귀 현상 확산 가격 26.9% 폭등, 제빵업계 확보 비상

▲ 2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직원이 30알 한 판에 6,980원으로 400원 오른 계란 가격표를 고쳐 붙이고 있다. 계란 가격은 AI의 영향으로 최근 보름 사이에 15% 인상되었고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피해가 '재앙'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이전에는 없었던 고고(高高)병원성 바이러스인 데다가 전파 속도도 '빛의 속도'처럼 빠르다.

AI 피해가 확산하면서 전국에서 살처분한 가금류는 현재 2천만 마리를 넘어섰다.

지난달 16일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후 불과 35일 만의 일이다.

현재 살처분됐거나 처분 예정인 가금류는 2천만마리로 우리나라에서 사육하는 전체 가금류의 12%에 해당한다.

이는 669일 동안 1천937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던 2014~2015년 AI 사태 당시의 피해를 넘어서는 규모다.

전북지역에서도 조류독감(AI)이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닭과 오리 등의 가금류 살처분 수가 1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전북도는 의심축이 발생했다는 농가와 주변 방역대에서 사육중인 68만1000마리를 이미 살처분하고 향후 52만8000마리에 대해서는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병원성 조류독감(AI) 확산 방지를 위해 가창오리 최대 도래지인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이 가운데는 김제시 용지면 일대의 산란계 집중 사육지역에 대해 초동방역 차원에서 약 50만 마리를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전북지역의 AI는 주로 정읍과 김제, 고창지역에 분포되고 있어 전북도는 고창군 흥덕면에 위치한 겨울철새 도래지 동림저수지에 대한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생철새가 계속 국내 철새 도래지로 유입되고 있고 안전지대로 불렸던 동물복지 축산농장이나 유기축산물 인증 농장에도 AI가 덮치고 있어 당분간 피해는 계속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동안 주류를 이뤘던 H5N6형 바이러스 이외에 유전자 형태가 다르고 잠복기가 더 긴 H5N8형까지 발견돼 방역의 어려움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번 AI 사태로 인한 피해액은 전국적으로 최대 1조4천77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AI 확산 차단을 위해 알을 낳는 닭은 물론 계란까지 매몰 처분하다 보니 전국의 마트와 슈퍼에서 '계란 대란'이 빚어지고 연말 성수기를 맞은 빵집과 제과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식품업체들은 사상 처음으로 생계란을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AI 피해가 이처럼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것은 당국의 대응이 뒤늦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했던 탓이 크다.

AI와 관련해 범정부 차원의 관계장관회의가 처음 열린 것은 지난 12일로 농가의 최초 신고 이후 26일, 충남 천안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AI가 확진 판정된 지 한 달 만이었다.

AI 위기경보는 바이러스가 사실상 전 지역에 확산한 이후인 16일에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살아 있는 닭의 시장 유통을 금지했다가 다시 허용하고서는 위기경보가 격상되자 재차 금지하는 등 대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도관계자는 "이제라도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확실히 세우고 관련 부처와 지방 행정조직의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면서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 이외에 AI 백신 개발이나 겨울철 휴업보상제와 같은 근본적인 개선책도 본격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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