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태 전 기업은행 부행장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특별 청문회가 실망속에 사실상 끝났다.

국회의 청문회는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대의민주 정치의 핵심 장치이다.

18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하고 50여명의 증인과 참고인이 참여한 5일간의 청문회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미르와 K 스포츠 재단의 모금의 강제성, 박근혜·최순실 공동 정권이라는 어느 증인의 진술 외에는 뚜렷이 밝혀진 것이 없다.

국회의원의 창과 증인의 방패의 싸움에서 창이 날카롭지 못하여 방패는 대부분의 화살을 막아버렸다.

문자 그대로 청문회의 모순(矛盾)장면만 노출되었고 국민적인 의혹은 더욱 증폭되었다.

세간에는 `이러려고 청문회 했나`라는 풍자적인 말이 나올 정도로 청문회 보완론이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이번 증인이나 참고인의 답변은 예상된 대로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특히 핵심 증인들의 답변은 사실관계의 확인에서 `모른다`거나 `아니다`라고만 답변하였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 수석은 최순실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하나 같이 `모른다`고 답변했다.

최순실 측근들 여러 명이 이 사실을 증언했는데도 양인은 그를 모른다고 딱 잡아떼었다.

청와대의 권력주변을 감시 견제해야 할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이 최순실을 모른다면 무능하거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다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영선 의원이 2007년 대선 청문회 영상을 공개하면서 다그치자 `나이가 들어서 착각했다`며 최순실을 조금 안다고 시인하였다.

  재벌 총수들 역시 재단의 모금에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며 그 대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화여대 전 총장 등 정유라 입시 부정 당시 보직교수들도 부정입학 사실마저 인정하지 않았다.

교육부 감사에 의해 입시 부정 진상이 밝혀지고 정유라는 입학이 취소되었는데도 그들 당사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세월호 당일인 4월 16일 간호 장교 조여옥 대위의 당당한 태도가 오히려 돋보이는 이상한 청문회가 되어 버렸다.

26일 구치소 현장 청문회를 남겨두었지만 이번 청문회는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국민적인 의혹은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

  청문회에서 증인들의 답변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 청문위원들의 질문의 내용이나 수준이 뒤떨어지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청문 위원들 중에는 사전 준비를 통해 일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의원도 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의 사전준비는 미흡했다.

일부 의원은 사안을 제대로 파악도 못해 사태의 본질과는 먼 헛발질로 시간을 때웠기 때문이다.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증인과의 사전 접촉과 위증 교사 문제는 청문회의 위상을 완전히 흩트려 놓았다.

새 누리당 비상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명진 목사까지 이들을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니 더욱 할 말이 없다.

  박 대통령이 국회 탄핵 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는 자괴적인 말이 여러 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불경기로 장사가 안 되어도 `이러려고 장사했나` 나아가 `이러려고 운동선수가 되었나`라는 패러디까지 유행하고 있다.

박대통령을 믿고 지지한 국민들 중에는 허탈감에서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나`라는 자괴(自愧)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최순실이 빠져 버렸다.

증인에 관한 동행 명령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위증에 관한 강력한 제재가 없는 한 청문회는 한낱 구색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세간에서 `이러려고 청문회 했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러한 청문회가 증인들의 면피용 공간으로 활용되거나 헌재나 특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청문회 회의론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이제 국회는 실효성 있는 청문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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