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룬데 '벌들의 역사'··· 15개국 판권 판매 벌의 생태와 닮은 인간의삶을 주제로 그린 소설

벌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미국이 벌 7종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가을 꿀벌에 생기는 바이러스 낭충봉아부패병이 확산돼 한봉농가들이 “국내 토종벌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며 대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생물 다양성 과학기구(IPBE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벌, 나비를 비롯한 곤충과 동물이 꽃가루를 운반해 식물이 결실을 맺게 해주는 수분 활동의 경제적 효과를 환산하면 세계적으로 2,350억에서 5,770억 달러(약 297조 원-72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벌이 멸종한다면 작물 생산은 커다란 위협을 받기도 하고, 이는 인간 생명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마야룬데의 <벌들의 역사>(현대문학)는 벌이 멸종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과 그 두려움으로부터 출발한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리 미래의 경고다.

책은 1852년 영국의 동물학자 윌리엄, 2007년 미국의 양봉업자 조지, 그리고 2098년 벌들이 멸종한 ‘붕괴의 시대’ 중국에서 인공수분에 종사하는 노동자 타오 세 사람의 연대기를 그리고 있다.

각 주인공의 이야기가 짧은 장으로 나누어져 번갈아 교차한다.

소설은 양봉과 생태 자연의 위기를 말하며 두려움과 희망, 도전, 체념의 감정을 지닌 평범한 인간들의 삶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윌리엄, 조지, 타오는 모두 아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보통의 부모로, 그들의 삶의 이야기는 여왕벌과 새끼들을 위해 부지런히 꿀과 꽃가루를 모아 오는 꿀벌의 생태와도 닮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벌들이 어미와 새끼들을 벌집에 내버려두고 떠나는 자연의 섭리에 위배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소설은 벌들과 서로 닮은 생태 방식을 가진 인간의 삶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기를 맞이하는 전개를 보인다.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미스터리한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던 사건들이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 꿰맞춰지면서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해 간다.

전혀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세 주인공의 운명이 결국 ‘벌’이라는 개체로 어떻게 엮이는지 그 구성이 흥미롭다.

인간과 자연 전체의 역사를 서사하는 소설은 더불어 벌이라는 곤충의 생태를 연구하고 이해하면서 그들에게 매혹됐던 인류가 그들을 길들이려 한 문명적 도전이 과연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얻게 했고, 무엇을 잃게 했는지 돌아보게 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 마야룬데는 노르웨이 오슬로 출생으로 오슬로 대학에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지금까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섯 권의 소설을 발표했고, 어린이 프로그램, 드라마,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텔레비전 시리즈 시나리오를 써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벌들의 멸종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접하고 난 후 깊은 충격을 받은 룬데는 수많은 자료 조사를 토대로 첫 번째 성인 소설 <벌들의 역사>를 써냈다.

이 작품은 출간 전 15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면서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았으며, 그해 말 <벌들의 역사>로 노르웨이서점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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