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얘기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때만 해도 인공지능은 대부분의 내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첨단기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공지능이 일상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인천 길병원은 작년 12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을 도입해 암 환자 진료를 맡기고 있다.

왓슨과 인간 의사의 처방이 다를 때는 왓슨을 신뢰하는 환자가 더 많다고 한다.

금융권에서는 AI 기반의 자산관리서비스(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돼 펀드매니저를 대신해 돈을 굴려준다.

이달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도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과 AI 기반 자율주행차였다.

  4차 산업혁명이 속도를 내면서 일자리 불안도 커지고 있다.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연차총회(일명 다보스 포럼)를 여는 세계경제포럼(WEF)도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WEF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펴낸 '2017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고용시장 악화의 원인으로 세계화를 비난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술변화가 고용시장에 더 중요한 도전 과제"라고 밝혔다.

WEF는 기후변화와 함께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를 앞으로 10년간 지구촌의 모습을 결정할 3대 트렌드로 꼽았다.

그러면서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의 배경에, 중산층의 삶을 떠받칠 만한 양질의 일자리 부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 등으로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일자리가 줄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200만 개에 불과한데 다른 쪽에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16세기 영국에선 모직물 공업의 발달과 함께 농경지가 양 목축지로 대체돼 농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쫓겨났다.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당시 시대상을 풍자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인공지능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기술발전으로 일자리가 감소한 사례는 국내에도 많다.

은행권에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공과금수납기 등 자동화 기기가 늘면서 점포가 줄고 점포 인력도 감축됐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 점포에도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키오스크)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대만의 아이폰 조립업체 폭스콘은 지난해 중국 장쑤(江蘇)성 쿤산(昆山)시 공장에 로봇 생산시스템을 도입, 제조인력을 11만 명에서 5만 명으로 줄였다.

아디다스는 올해 본사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 50만 켤레로 늘릴 계획이다.

아디다스가 본국에서 대량생산을 재개한 것은 20여 년 만이다.

그동안 비싼 인건비 때문에 주로 신흥국 공장에 의존해 왔는데 로봇 공장의 도입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포감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작년 7∼8월 23개 직종에서 일하는 직장인 1천6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44.7%가 '인공지능과 첨단기술 때문에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에서 일자리가 줄 것"이라고 답했다.

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응답은 13.2%에 불과했다.

직종별로는 금융·보험 관련직(81.8%), 화학 관련직(63.6%), 재료 관련직(61.4%) 순으로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늘어날수록 사람이 돈을 벌 일자리는 반비례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소득분배 시스템은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올해 기본소득보장제를 시범 도입한 핀란드가 대표적이다.

핀란드의 찬성론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질 경우 인간이 로봇과 품위 있게 공존하는 유일한 해법은 기본소득제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제는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일정한 수입을 지급하는 제도다.

유럽의회에서는 로봇을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s)으로 간주해 소유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로봇세'도 검토하고 있다.

  당장 우리한테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주요국들이 4차 산업혁명을 서둘러 추진하는 목적은, 산업 경쟁력을 단기간에 강화해 저성장 기조에서 탈출하는 데 있다.

한국도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3D 프린팅 등 차세대 산업을 발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교육, 노동, 법률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을 미리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주입식 암기 교육이 아니라 창의력 육성에 초점을 맞춰 교육시스템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

단순한 지식 암기로는 사람이 인공지능과 경쟁해 이기기 어렵다.

진로 교육도 중요하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직종의 일자리도 창출하는 만큼 한 발짝 먼저 대비한다면 손쉽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 논의 중인 기본소득제 등은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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