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십이지 가운데 10번째인 닭은 흔히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 울음소리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닭은 약 2천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도입됐거나 중국을 거쳐 유입된 것으로 본다.

역사적으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에 신라 시조인 혁거세왕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설과 김알지가 탄생할 때 숲 속에서 닭이 울었다는 기록이 있다.

정확한 고증은 어렵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닭과 인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살아온 건 분명하다.

먹거리로만 봐도 닭은 닭고기 그 자체로써, 또는 계란으로써 인간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특히 계란은 비타민 A, 리보플라빈, 비타민B12, 엽산, 비타민 D, 비타민 E, 비타민 K, 칼슘, 철, 콜린, 셀레늄, β-카로틴, 루테인, 제아잔틴 등의 영양소가 들어 있어 완전 단백질 식품으로 꼽힌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이 268개라고 하니 1주일에 평균 5개꼴로 계란을 섭취한 셈이다.

그렇게 우리의 식탁을 지켜온 계란이지만, 논란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계란을 많이 먹으면 몸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성인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런 분석이 나온 것은 계란이 인체 콜레스테롤의 주된 외부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게가 60~68g인 계란 한 개에는 하루 콜레스테롤 섭취 권장량(500~600㎎)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185~240㎎의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

하지만 요즘 연구결과를 보면 계란의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작용은 거의 '누명'에 가깝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되레 계란을 먹으면 대표적인 성인병의 지표인 '대사증후군' 위험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장기간 추적결과도 나왔다.

국내 연구팀이 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40세 이상 성인 1천663명(남 675명, 여 958명)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평균 3.2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를 보면 1주일에 계란을 3개 이상씩 먹는 남성(103명)과 여성(95명)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계란을 먹지 않는 사람(남 97명, 여 313명)보다 각각 54%, 46%가 낮았다.

이 조사에서 계란을 1주일에 3개 이상 먹는 사람 중 최대 소비량은 남녀 모두 31.5개로 하루 4.5개꼴이었다.

  대사증후군에 포함된 5개 질환 중 계란 섭취로 발생 위험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남성에서 공복혈당과 중성지방혈증이었다.

1주일에 3개 이상 계란을 섭취하는 남성을 전혀 먹지 않는 남성과 비교했을 때 질병 위험도는 각각 61%, 58%나 감소했다.

혈당 수치는 혈중에 포함된 포도당의 양을 나타내는데, 공복혈당은 당뇨병 위험도를 보는 주요 가늠자다.

정상치는 100㎎/㎗ 미만이다.

그동안에는 계란의 콜레스테롤이 고지혈증에 의한 포도당 대사장애를 일으켜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연구팀은 계란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이 체내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고, 중년 이후 노령층에 중요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함으로써 대사증후군 위험도를 낮추는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가 많다.

  호주 시드니대학 보든연구소 연구팀이 성인 140명을 2개 집단으로 나눠 3개월에 걸쳐 한쪽에는 한 주 6일 동안 하루에 계란 2개씩을, 다른 한쪽에는 한 주에 계란 2개 미만을 먹도록 한 결과,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는 물론 심혈관계질환 수치에도 변화가 없었다.

이런 결과는 당뇨병을 앓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또 세계 각국에서 발표된 8개의 논문과 17개의 리포트를 종합해 분석한 연구에서도 하루에 1개 이상의 계란을 섭취한 사람들에서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식사지침자문위원회(DGAC)는 2015년 식이성 콜레스테롤 섭취와 혈중 콜레스테롤 사이에 뚜렷한 연관이 없다면서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 섭취에 대한 유해성 경고를 삭제하는 내용의 새 식사 지침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연구결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계란을 하루 1개 이상 섭취하면 당뇨병과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각각 1.5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세계 각국의 연구에서 여럿 확인된다.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주일에 6개 이상 계란을 섭취하는 경우 1개 미만으로 섭취하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2.7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계란을 한없이 많이 먹어도 된다는 의미로 과도하게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고 조언한다.

또 인종에 따라서는 당뇨병 등의 대사성 질환이 이미 있는 경우 계란 섭취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가능성도 큰 만큼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섭취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결국 계란의 누명이 벗겨졌어도 아직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인 셈이다.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좋은 콜레스테롤 공급원이 될 수 있고,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이지 않아 건강한 식단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최근의 연구결과지만, 아직도 일부 규명되지 않은 질환과의 연관성이 남아있는 만큼 과하게는 먹지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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