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 '총,균,쇠' '인공지능'이 불러올 위험 '김대식의 인간vs기계'

▲ 장남혁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필자가 자라던 70~80년대엔 특별한 놀잇감이 많지 않았다. 그런 까닭일까. 그 시절 자기소개서 취미 란에는 독서와 운동이 단골 메뉴였다.

보통 독서는 내향적인 사람이 운동은 외향적인 사람이 써내곤 했다. 나는 독서라고 적었던 것 같다. 필자가 본격적으로 독서의 세계에 들어선 것은 30대를 넘어서다.

뚜렷한 잡기가 없고, 생활도 여유 있는 편이 못 되다보니 술과 독서가 가장 좋은 휴식처다. 가까운 지인들과 마시는 술은 마음을, 독서는 머리와 심장을 따뜻하게 해준다.

한 달에 10권 내외를 읽고 있으니 다독에 속한다고 할 순 없다. 주로 인간과 사회, 세계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인간을 알려면 다윈으로 대표되는 진화론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화론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어왔다. 최근 진화론은 진화심리학을 발전시켜 인간의 내면과 행동패턴을 탐구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필자도 이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왜 유권자는 복지정책을 내놓는 정치인에게 투표하지 않고, 부유한 지배적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지 이해하게 됐다.

재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문학사상사)는 인간과 문명사에 대한 방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 비록 지리 결정론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퓰리처상 수상자 답게 이 책은 서술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나는 감동 받아 연달아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나와 세계> 등 다이아몬드의 연작시리즈를 읽었다. 사실 인류문명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있다. 번영의 길의 지속하느냐, 아니면 쇠퇴를 넘어 몰락의 사이클에 들어서느냐가 가장 큰 이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인공지능(AI)에 따른 불평등 등이 강력한 쟁점이다. 1970년대 로마클럽 보고서를 정리한 <성장의 한계>(갈라파고스 출판)는 2100년 지구는 자원의 고갈로 인해 대붕괴적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거기에다 기후변화까지 겹쳤으니 인류는 앞으로 생존에 큰 위협을 받게 될 게 뻔하다. 기후변화 임계치라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 넘었다. 앞으로 40~50년 이내에 인류는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등 열대지역을 버리고 북위권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지구는 뜨거워질 것이고, 인류는 크게 줄 것이다.

기후변화와 함께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또 하나의 이슈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보다는 없앨 것이며, 대규모 실업을 양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가진 소수의 자본가와 실업상태인 대다수 국민 등으로 나뉘는 불평등이 심각해 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동아시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IMF사태와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소득과 자산 불평등은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진보정치학자로 불리는 최장집 교수가 쓴 <노동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후마니타스)을 읽노라면 민주화 이후 많은 국민들이 주변인으로 배제되는 가슴 아픈 현실을 느끼게 된다.

인류가 함께 지혜를 모아 노동에서 해방된 새로운 문명을 건설할지 아니면 몰락할 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우리가 사회와 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다.

/장남혁 전북도교육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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