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만장일치 대상 수상작 선정 이중적시점 주인공 내면 밀도있게 그려

'풍경소리' 구효서-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은희경, 신경숙, 공지영, 김영하, 한강 등 문학계에 굵직한 작가들을 배출하고 있는 이상문학상이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을 발간했다.

이상문학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중단편소설을 선정한다.

올해는 이상문학상 심사위원 권영민, 권택영, 김성곤, 윤후명, 정과리 등 5인이 만장일치로 구효서의 <풍경소리>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풍경소리>는 실험적인 시도를 한다.

여주인공 ‘미와’를 초점인물로 그려내면서도 ‘나’라는 1인칭 시점을 다시 부여하는 독특한 서술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중적 시점의 활용은 주인공 내면풍경을 밀도 있게 드러내는 효과를 나타낸다.

한편으로는 그 주제의식에 이르는 과정에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화자의 서술과 ‘미와’의 기술이 교차될 때, ‘나는 과연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이 공명을 일으킨다.

주인공 미와는 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에 가서 풍경소리를 들으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노트북컴퓨터 대신 노트와 연필 세 자루로 써내려가는 미와의 기록은 성불사의 일상을 사찰음식처럼 담백하게 그려낸다.

그녀의 엄마는 서른 넘은 나이에 아비 없는 아이를 몰래 낳아 24년을 숨겨 키우고, 미국인 남자와 결혼해 키우던 고양이를 데리고 타국으로 건너가 이제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묻혔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환청으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은 미와는 그 소리가 떠나지 않아 성불사로 들어왔다.

“왜”라는 물음이 없는 성불사는 가족보다 더 큰 대자연의 일원으로 그녀를 안내한다.

스님들은 논리와 소유가 아닌 미각의 세계 속에 산다.

오직 자연에서 얻은 음식과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 무한한 시공의 세계가 그녀를 맞는다.

작품은 생각에 억압된 몸, 논리에 억압된 감각을 되살려내는 과정을 잔잔하게 묘사한다.

소설은 단지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육친의 정을 훌쩍 넘어서는 더 먼 곳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윤후명 소설가는 “한국소설이 여기에 이르렀구나, 나는 감탄했다. 한글의 아름다움이 선禪의 모습이리라고도 받아들여졌다. 아무렴. 우리 소설이 힘없이 꺾일 리야 없지. 나는 오랜만에 허공을 벗하여 깊은 숨을 쉴 수 있었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대상 수상자 구효서는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로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2005년 <소금가마니>로 이효석문학상 수상, 2006년 <명두>로 황순원문학상 수상, 2007년 <시계가 걸렸던 자리>로 한무숙문학상 수상, 2007년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으로 허균문학작가상 수상, 2008년 <나가사키 파파>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작 <풍경소리>와 자선 대표작 <모란꽃>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외 우수상 김중혁의 <스마일>, 윤고은의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이기호의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조해진의 <눈 속의 사람>, 한지수의 <코드번호 1021> 등이 수록돼 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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