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감성 작품으로 표출 '무소유'인생의 중요한 순간 삶의 이정표-깨달음 얻어

▲ 김성수 조각가

나는 조각가다. 언제부터 미술을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구체적 시점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릴 때 재밌게 읽었던 동화책들이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 동화책들은 현재의 나에게 미술적 큰 영감을 주고 있다. <현대세계걸작그림동화>(문선사)가 대표적이다. 그림이 무척 예뻐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다.

전권 30권으로 돼 있는데 안타깝게도 분실해 현재 갖고 있지 않다. 다시금 책을 구하려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절판돼 구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은 나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세대를 살아간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 들어가면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동화의 내용보다는 시각적인 부분이 강렬했다. 동화에서 느꼈던 감성들이 나의 작품으로 많이 표출됐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배가본드>. 중학교 시절에 처음 봤던 만화책인데 현재도 완결이 안됐다. 참고로 나는 1984년생이다. 만화책이지만 일종의 철학책 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림도 좋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1억 부 이상 팔린 <슬램덩크>를 그리기도 했다.

그림 실력이 뛰어나 어릴 적 본 동화책처럼 만화책 역시 한 장 한 장 아껴서 봤다. <베가본드>는 그림에 여백을 많이 줘 독자에게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한다.

언제가 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는데 사색을 즐겨하고, 작품 하나를 위해 치열하게 매달리는 모습이 예술가와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언제가 만화를 그리겠노라고 마음먹고 있다.

뒤 이어 추천할 책은 이문열의 <들소>다. 신석기를 배경으로 예술가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지를 담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힘이 없는 사람이었다. 동굴 속에서 들소를 잡고 싶다는 생각을 벽화로 그린다. 그림으로 그리면서 기원하는 형태다.

소설이지만 공감을 하며 봤던 책이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워낙 잘 알려진 책이기에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텐데 필자는 군대에서 봤던 책이다. 군필자들은 공감하겠지만 군대에서는 인생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20대 초반의 나이이기에 더욱 그런 듯하다. 제대 후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또 현재의 시간이 아깝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나 군 생활에 얽매여 창작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허나 <무소유>를 읽으니 그러한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졌다. 삶의 고요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읽은 책이다. 중요한 인생의 시점에서 많은 깨달음을 줬다.

진중권의 <미학오디세이>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관심이 가 읽게 됐다. 이쪽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재밌게 읽을 만한 책이다. 이론가는 이론가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미술의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미술사가 어렵게 다가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김성수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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