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50대 여성이 유방암판정을 받고 달라진 일상-감정을 써내려간 이야기

김사은 <살아있으니 그럼 된 거야>  

김사은 원음방송 PD가 수필집 <살아있으니 그럼 된 거야>(이룸나무)를 펴냈다.

유방암 판정을 받고 수술, 그리고 항암, 방사선 치료까지 마친 저자는 그 간의 투병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평범한 50대 여성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에서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을, 만성피로와 직업에서 오는 어깨통증, 감기기운, 피로누적으로 오는 피부질환, 위염, 위궤양 등이 자신의 몸 신호 전부였는데 덜컥 유방암 판정을 받는다.

남의 이야기로만 치부했던 암이 이젠 자신의 일이 되었다.

저자는 투병 중 끊임없이 글을 썼다.

힘겨운 싸움에 심신이 지쳐 글을 어떻게 썼을까 생각되지만 저자는 달랐다.

글 쓰는 사람이기에 자연스럽게 썼노라고 회고했다.

투병 기간 중 머릿속을 스친 여러 생각들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그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작은 수첩에 옮겼다.

병상일기도 아니고, 투병체험도 아니다.

그저 그날의 느낀 감성들을 매순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눈물의 감동을 이끌어 내지 않는다.

오히려 소소한 삶의 이야기에 공감을 더한다.

물론 이 공감은 암환자나 암환자를 곁에 둔 가족, 친구들이라면 더할 것이다.

탈모에 대한 이야기, 유독 심해진 변덕, 가족들과의 관계, 친구, 운동, 여행 등 투병 중 겪었던 속내를 솔직하게 써내려간다.

항암 부작용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털이 떨어져 나갔고 새삼 작은 코털이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다는 이야기, 출국심사를 받는데 다 빠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썼던 모자를 어찌할지 몰라 안절부절 했던 이야기, 살림을 도맡아 챙겨주는 친정엄마와의 미묘한 갈등,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한 시간 등.암 환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삶을 되뇌게 된다.

자신이 잘 살아왔는지, 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평소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마냥 부럽기도 하다.

또 다른 이의 죽음도 평소 때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러던 중 저자가 만난 한 노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성지순례 중 죽음을 맞았는데 생전의 목소리가 저자의 녹음기에 녹음돼 있었다.

“내가 낼모레 팔순인데, 나이가 많으니까 우리 애들이 말렸거든. 그래도 지금 아니면 언제 부처님 나라에 가보겠냐, 내가 우겨서 왔다니까. 동생도 같이 와서 더 좋고, 밤마다 금강경 들으면서 부처님 말씀 듣고, 낮에는 부처님 발자취 따라나고,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해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니까…….” 이 목소리를 들은 가족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복잡한 심경들이 저절로 느껴진다.

암으로 인해 힘겨워한 나날들은 저자 혼자만이 겪었던 일은 아니었을 테다.

어느 누군가도 저자와 똑같은 상황에 처해 상처를 받기도, 가슴이 내려앉기도, 웃음 짓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위로가 된다.

나 혼자만이 겪었던 일이 아니라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러한 마음에 책을 내지 않았을까.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밖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친한 이에게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우리들인데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맘껏 펼쳐 놓는다는 것은 적잖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저자는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물리치료들을 하면서 몸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런 생각의 갈피들을 기록하면서 암으로 고통 받거나 암 환자를 돌보느라 힘겨워하는 이들, 그리고 현실의 삶이 녹록치 않아 버거워 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바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살아 있으니 그럼 된 거야>는 아픈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작은 위로의 손길이다.

/윤가빈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