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에 대한 저항 정신 '시민 불복종'··· 주요사건 통해 헌법 접근 '지금 다시, 헌법'

▲ 김수정 도교육청 완주학부모기자단회장

슬픔을 위로하는 건 슬픔이다. 힘내라는 위로가 아닌, 나도 이런 상처가 있다는 자기 고백과 공감,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내어 보이며 위로를 받곤 한다.

필자는 세월호 참사이후 세월호에서 탈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말마다 광화문을 찾았다. 최근엔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중이어서 주말 스케줄은 어김없이 광화문이다. 광화문을 찾는 주말이 날씨가 흐리면 더 반갑다.

흐린 날씨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흐린 날씨여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 왠지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위로가 될 것 같아서다.

광화문을 오가는 기차 안에선 늘 콘텐츠가 비슷한 책과 함께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야생사과)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책만 읽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책이다. 소로우가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며 6년 넘게 인두세 납부를 거부함에 따라 29살에 경험한 하루 동안의 수감생활은 <시민의 불복종>이라는 걸작이 탄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억압된 삶을 강요하는 정치권력에 저항정신이 숨 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손석춘 교수의 <민주주의의 색깔을 묻는다>(우리교육)는 중학생이 읽어도 어렵지 않을 만큼 쉬운 용어로 쓰여 있지만 내용은 가볍지만은 않다.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그것을 지켜 나가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야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사실 민주주의하면 법치주의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하지만 책에선 전하려 한다. 법치국가의 온전한 뜻은 ‘국민의 의사에 따라 만든 법률에 의하여 다스려지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가 아닌 법률로 다스리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이다.

한홍구 교수의 <사법부>(돌베개)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그리 정의롭게 돌아가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국민들이 사법부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사연들이 담겨 있다. 역사적으로 사법의 결정들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을 당했는지 여실히 알려준다.

이광재의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하는가>(휴머니스트)는 부제인 ‘問得 원로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에 더욱 눈길이 간다. 기존의 정치제도와 교육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과학교육을 진흥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이야기한다.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의 <지금 다시, 헌법>(로고폴리스)은 7년 전 출간된 <안녕 헌법>(지안)의 개정판이다. 7년 간 일어난 대한민국 주요사건들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켰고 그 안에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요즘처럼 헌법이 자주 거론되던 때도 없었던 것 같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모든 결정은 같은 절차에 따라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역시 그 길을 열어두고 있다. 국민들이 투표할 때 중요하게 고려했던 선택의 기준에 대해서는 토론하고 비판할 필요가 있다.

기고할 글을 적어 내려가며 ‘책 읽는 사회’ ‘책 권하는 사회’의 징검다리가 되어가기를 살포시 꿈꿔본다. 너무 혹독한 결핍은 사람을 좌절에 빠뜨리지만 적당한 결핍은 창조적 에너지를 일으킨다.

적당한 결핍을 느끼며 사는 오늘의 삶이 무척 소중함과 동시에 가슴 한편 씻어내지 못할 미안함을 안고 어제를 그리고, 오늘을 견뎌내 본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광화문을 향할 것이다. 날씨가 잔뜩 흐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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