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레시브 록 장르 헤비메탈 토대 애니 해슬럼 솔로 클래식에 가사 붙여

조석창기자의 '한장의 음반'

애니 해슬럼 'Still Life'

록의 르네상스였던 1970년대는 다양한 음악이 혼재한 시기였다.

1960년대부터 음악의 구심적 역할을 했던 비틀즈가 1970년대 초 해산되고 각종 밴드들이 그 빈 공간을 메우고자 했다.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이 주도한 하드 록은 이후 헤비메탈로 발전하는 토대를 이뤘고, 캐롤 킹 등 서정적 포크 음악도 함께 발전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장르가 있었으니 바로 프로그레시브 록이다.

킹 크림슨, 핑크 플로이드 등이 선보인 프로그레시브 록은 기존 음악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충격을 제시했다.

멜로디의 급격한 변화, 심오한 가사, 고전음악의 과감한 차용 등은 새로운 것을 열망하는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장르 이름 역시 ‘대중음악의 수준은 한 단계 진보시켰다’는 의미에서 프로그레시브란 용어가 사용됐다.

밴드 ‘르네상스’ 역시 록의 르네상스 시기를 잘 대변하고 있다.

분명 록 밴드의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적 뿌리는 고전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곡 대부분이 고전음악 멜로디를 차용하거나 그 성향을 찾을 수 있는 것들로 구성돼 있다.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의 결합이 일상적인 것이 된 요즘에 비하면 과거엔 ‘충격’이란 용어가 맞을 정도로 신선한 시도였다.

잘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의 음악을 르네상스는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특히 보컬을 맡은 애니 해슬럼의 청아한 목소리는 신비스러움까지 보태며 자신들의 확고한 입지를 다져나갔다.

대표곡 ‘Ocean Gypsy’는 발표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훌륭하며, 5인조의 밴드가 만든 곡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곡이다.

이번 앨범은 밴드의 홍일점이었던 애니 해슬럼의 솔로 음반이다.

그는 과거 밴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삼아 솔로 음반을 제작했다.

수록된 모든 곡들은 유명한 클래식 음악에 가사를 붙인 형태다.

타이틀곡인 ‘Still Life’는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이며 ‘Careless Love’는 쇼팽의 이별곡이다.

‘Glitter And Dust’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하나이며, ‘Save Us All’은 그 유명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에서 가져왔다.

이밖에 ‘Ave Verum’은 모차르트의 성가곡이고 이 외 생상, 바그너 등의 음악에 가사를 붙였다.

여기에 애니의 달콤하고 천상의 목소리가 로열필하모닉의 연주와 합쳐지면서 환상의 하모니를 제공한다.

클래식의 문외한이라도 귀에 익은 곡들로 구성돼 있어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주옥같은 고전음악 멜로디에 시적인 가사는 깊은 가을 저녁엔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

또 어렵다는 인식으로 소외받는 클래식 음악이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티스트 : ANNIE HASLAM

제작사 : STOMP MUSIC

레이블 : WIENERWORLD

출시일 : 2008년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