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지 전주시의회의장 

입춘대길(立春大吉), 봄의 시작인 입춘을 맞이해서 길운(吉運)을 기원하는 말이다.

우리 선조들은 봄이 되면 입춘방(立春榜)이라 하여 이 글귀를 대문마다 붙였다.

올해도 벌써 입춘이 지났다.

겨울이 언제 왔나 싶게 오더니 떠나는 것도 속전속결이다.

어쩌면 거리의 뜨거운 촛불이 겨울을 겨울이 아니게 하고, 희망의 봄은 빠르게 끌어당겼는지도 모르겠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난겨울 대한민국은 참으로 혹독했다.

 한파나 폭설 때문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혹독했다는 뜻이다.

거듭되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과 맥락 없는 반서민정책에도 불구하고 설마 했던 국민들은,   일명 최순실 게이트라 일컬어지는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밝혀지고 나서 땅이 꺼지는 듯한 절망과 비탄을 느껴야했다.

가뜩이나 경기불황과 치솟는 청년실업률,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의 무능함은 국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적‘한 방’이 되었던 것이다.

 국민 모두가 참 무던히도 속을 썩었다.

이 한마디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 속은 지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여전히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춘(立春), 우리에게도 봄은 오고 있다.

 시인 이상화는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를‘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노래한 바 있다.

우리는 차디찬 광화문을 백만이 넘는 뜨거운 함성과 촛불로 가득 메우고 이 봄을 기다렸다.

봄은 새 하늘을 보고, 새 땅을 보고, 새 사람을 보는 계절이다.

우리는 흐드러진 벚꽃이 날리고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을, 그 희망을 기다린다.

 발명가 에디슨은,“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일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희망이 있는 사람이다”고 하였고, 미국의 소설가 앤 라모트는 “희망은 어둠 속에서 싹이 튼다. 꺾이지 않는 희망을 가지고 정말로 드러내놓고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새벽이 오게 마련이다”고 하였다.

 꼭 이런 명언을 들지 않더라도, 희망은 세계의 시작이고 또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우리는 넘어져도 또 일어나고, 좌절 속에서도 다시 희망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국가는 이러한 국민들의 희망이 결실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내일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현실에 충실할 수 있도록 안정된 사회적 토대를 제공해야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질서들이 이루어져가는 정유년이 되기를 바란다.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다.

닭이 어둠 속에서 우렁찬 울음소리로 새벽을 밝히듯, 국민의 간절한 염원과 푸르른 희망이 대한민국의 내일을 깨우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개개인의 꿈이 이루어져가는‘살만한 사회’, 서로를 사랑하고 미래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희망찬 사회’가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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