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가구 넘는 한옥 모여있는 전주한옥마을 전통-체험풍부 관광객 1천만명 발길 주목 신축-한옥 구입 후 리모델링 건축 방식에 따라 비용 천차만별 맞춤 제작-조립형 대중화

한때 한옥은 건축비가 많이 들고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하지만 ‘현대식 보급형 한옥’이 속속 등장하면서 건축비가 줄어 한옥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50~60대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은퇴 주거지로 한옥을 선택하거나 한옥 임대사업으로 넉넉한 수익을 올리려는 30~40대 젊은 층도 부쩍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한옥을 장려하기 위해 과감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한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한옥이 한층 세련된 형태로 농촌, 도심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아파트나 기존 단독주택과 차별화된 외형에 최근에는 약점으로 지목된 단열 등 기능성도 보완하면서 새로운 주거 대안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너른 마당에 전통 가옥의 멋스러움을 간직한 한옥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심에 빼곡히 들어선 빌딩숲, 성냥갑 아파트 사이에서 우리 숨통을 틔워주는 한옥 가치가 재조명받는 중이다.
/편집자주


지방 한옥마을 대표주자인 전주한옥마을은 전주시내 최고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주한옥마을은 전북 전주 풍남동, 교동 일대 30만㎡ 부지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 한옥 주거지. 500가구가 넘는 한옥이 모여 있는 마을엔 전통카페, 식당을 비롯해 한옥체험관, 공예체험관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전시시설이 들어서 있다.

매년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만 1천만만명이 넘는다.

이 같은 성공은 전국적 한옥마을 열풍을 불러오고 잇다     16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 50개 이상 기초•광역단체가 '한옥지원 조례', '한옥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 등을 제정해 한옥 신축을 지원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전주 한옥마을을 닮은 정주형 한옥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세종시 고운동 고운뜰공원 일대에 한옥마을 42필지를 공급했다.

개별 필지 면적은 290~330㎡로 공급 가격은 3.3㎡당 175만~240만원 수준. 최대 3000만원가량 한옥 건축 지원금을 받을 경우 땅값, 건축비를 합해 5억원(건축비 3.3㎡당 900만원, 연면적 99㎡ 기준)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들어선 한옥은 2008년 5만5000가구에서 2012년 8만9000가구로 늘었고 어느새 10만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서울시내에만 1만여가구의 한옥이 있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건 기존 한옥마을이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옥집 마련하려면

한옥으로 된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땅을 사서 한옥을 짓거나 오래된 한옥을 구입해 리모델링하는 방법이다.

한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건축비. 한옥 건축 비용은 3.3㎡당 700만~1500만원 선으로 만만치 않다.

한옥의 3.3㎡당 건축비가 천차만별인 이유는 ‘짓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한옥을 흉내만 낸다면 양옥 주택(3.3㎡당 400만~500만원대)과 비슷한 수준의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전통 한옥 장점을 좀 더 살리려면 3.3㎡당 평균 1000만원이 필요하다.

땅 165㎡를 사서 84㎡ 크기의 한옥을 지으려면 땅값을 제외하고도 2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목수와 와공(지붕공사 인부)이 필요해 일반 건물보다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미를 살리기 위해 건축 인력과 목재, 석재 등 자재 질을 높일수록 비용은 크게 뛴다.

3.3㎡당 1500만~2000만원대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

양지우 움건축 소장은 “한옥 특성상 수작업이 많고 인력이나 기술이 많이 투입될수록 건축비가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한옥은 부지가 어디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

차량 진입이 쉽고 자재를 쌓아둘 공간이 충분한 곳이라면 20~30% 싸게 지을 수 있다.

자재를 한꺼번에 받아두고 동시에 건축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처럼 도심 속 비교적 좁은 골목 부지에 한옥을 짓는 경우 자재를 여러 번 실어 날라야 하고, 공사 기간이 길어진다.

널찍한 시골에서는 4~5개월이면 끝날 공사가 서울에서는 평균 7개월 걸린다.

양옥 주택과 비교해 한옥 건축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평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앞에 말한 대로 한옥은 ‘짓기 나름’이다.

기술 개발로 개량 한옥을 짓는 건축비가 대폭 낮아진 덕분에 3.3㎡당 700만~800만원대로도 한옥을 지을 수 있다.

최근엔 한옥이 대중화되면서 건축 비용을 낮추고 생활 편리성을 높인 다양한 한옥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듯 한옥 시공비는 입지와 재료, 형태별로 달라진다.

대표적인 게 일명 신(新)한옥으로도 불리는 ‘조립식(모듈형) 한옥’이다.

설계가 결정되면 대들보, 서까래, 기둥, 문, 바닥, 벽까지 건축 자재 대부분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방식이다.

전체 공정 중 70% 이상이 공장에서 이뤄져 현장에서는 마감공사만 진행한다.

덕분에 건축에 필요한 기간도 한 달 정도로 기존 한옥에 비해 현저히 짧아졌다.

최근에는 단독주택처럼 2층짜리 실용한옥도 꽤 각광받는다.

한창 조성 중인 서울 은평한옥마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층은 거실과 사랑채, 부엌 등으로 구성되고 2층엔 침실이 주로 들어서는 식이다.

은평한옥마을 내 시범한옥인 ‘화경당’의 경우 1~2층을 합쳐 142㎡인 한옥을 짓는 데 3억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

이 역시 3.3㎡당 건축비가 700만원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는 대신 기계 공법을 적용한 덕분이다.

공사 기간도 3개월가량이었다.

복층 한옥은 땅값이 비싼 도심에 짓기 적합하다.

한옥의 옛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면 낡은 한옥을 구입해 리모델링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지면적이 크지 않은 땅은 낡은 한옥을 허물고 신축할 때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을 적용받아 건축면적이 줄어들 수 있다.

저층으로 지어지는 한옥 특성상 건폐율이 낮으면 생활공간 확보가 어렵다.

예를 들어 대지면적과 건축면적이 거의 비슷한, 100㎡(30평) 미만의 한옥은 신축할 경우 건폐율 50~60%를 적용받아 집 크기가 50~60㎡(15~18평)로 줄어든다.

북촌·서촌 등도 ‘한옥 특별건축구역’ 건폐율(70%)을 적용하면 한옥 크기가 70㎡(21평) 이하로 작아진다.

한옥 리모델링은 이런 소규모 한옥 부지에 적합하다.

한옥의 형태도 건축비·리모델링 비용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다.

‘ㅡ자’형보다는 ‘ㄱ자’형이, ㄱ자형보다는 ‘ㄷ자’형 구조의 한옥이 더 많은 건축비가 든다.

ㄱ자, ㄷ자형에는 ㅡ자형에는 없는 회첨(처마가 만나는 부분)이 생기는데 여기 올라가는 기와나 골추녀 등에 전문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는 한다.

다만 리모델링이 무조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기둥과 서까래 등 기존 한옥 틀을 유지하면서 생활양식에 맞게 설계를 바꾸고 난방·단열시설을 설치하려면 신축 못지않은 비용이 든다. 기존 한옥의 평면 등이 시공하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시공 중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오히려 비용과 시공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리모델링 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옥 건축가인 김원천 참우리건축협동조합 소장 조언이다.


▶한옥 지을 때 유의할 점

한옥은 어디에 짓는 게 가장 이상적일까.은퇴를 앞둔 수요자라면 녹음 우거진 시골에 한옥을 짓는 로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노년층일수록 도심과 가까운 곳에 터를 잡길 권한다.

양 소장은 “건강관리에 유념해야 하는 연령대일수록 병원이나 편의시설이 가까운 도심 근처에 한옥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 지역이 한옥살이에 좋다기보다는 자녀, 가족, 지인과 가깝게 살아야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거나 맞벌이 부부라면 얘기가 다르다.

김 소장은 “자녀 교육을 염두에 둔 부모나 대도시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규모가 다소 작더라도 도심 속 한옥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녀가 둘 이상일 경우엔 대지면적이 최소 165㎡(50평)는 돼야 99㎡(30평)짜리 한옥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땅값이 부담된다면 광역 교통망이 잘 갖춰진 신도시 내에 한옥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주한옥마을 관계자는 대부분 고풍스러운 한옥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 한옥을 짓지만 막상 좌식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이내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면서 “반드시 전통 한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외관은 한옥으로 짓되 내부는 현대적으로 꾸며도 좋고, 양옥 설계에 한옥의 인테리어만 가미하는 것도 얼마든지 괜찮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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