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수탈의 역사를 오롯이 품다

최근 들어서 역사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군산은 아픈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일제 강점기 군산은 수탈의 현장이었다.

호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비롯해 각종 물품이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군산엔 이를 위해 조성된 건물 및 장소들이 많이 남아 있다.

옛 조선은행이 그렇고 군산세관, 내항, 부잔교 등이 그렇다.

1900년대 초기 조성된 이 시설들은 일제가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보내는 역할을 했다.

반면 내용이야 어떻든 이런 시설들이 조성됨에 따라 당시 군산은 상당히 번성했던 도시로 남아있다.

문헌에 따르면 1900년대 당시 은행이 2개나 있었고, 공연장과 극장도 있을 정도로 경제문화 방면에서 앞선 도시였다.

최근 들어 군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00년대 조성된 건물들이 ‘근대문화’의 산물로 여겨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해체와 보존 사이에서 갈등하던 군산시는 보존으로 결론을 냈고, 아픈 역사지만 후손들에게 교훈을 남기기 위한 결정을 했다.

다양한 건물들이 근대문화유산에 지정이 되면서 그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전주에 한옥마을이 있다면 군산엔 근대문화유산거리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주말이면 근대문화유산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이 군산시를 누비고 있다.

또 이를 위해 세관이나 은행은 갤러리나 찻집으로 변화를 시도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근대역사박물관이다.

‘역사는 미래가 된다’는 말 아래 군산의 옛 모습과 근대문화자원이 보관돼 있다.

박물관은 해양물류역사관, 독립영웅관, 근대생활관, 기획전시실, 기증자전시실, 어린이체험관 등으로 구성됐다.

해양도시로서 군산의 역사적 사건과 유물들을 만날 수 있으며, 또 호남지역 최초 3.1만세운동과 옥구농민항쟁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역사적 의미도 찾을 수 있다.

근대생활관은 당시 거리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마치 시간여행을 간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일제 강점기 수탈됐던 가슴 아픈 과거와 당시 상가, 생활용품 등이 전시가 돼 있고, 영화촬영장 같은 세트건물이 눈길을 끈다.

‘유산’이란 타이틀 아래 보존되고,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주는 장소가 됐다.

하지만 당시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 그리고 아픔이 배어있음을 느끼니 마냥 즐거운 관람이 되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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