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줄줄이 풀리자 김포 매년 300개공장 들어서 평택 15조 반도체공장 유치 경기 1,070개 기업 입주계획

수도권 집중 현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어 현 정부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이 10년째 이어지면서 ‘지방은 영원한 변방’으로 전락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급기야 서울 중심의 수도권만 살아남고 지방자치는 허울뿐인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토균형발전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총 면적 중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제조업체 수와 지방세 징수액 등의 절반이 몰려있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에 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붕괴 위기에 처한 전북과 비 수도권 지역들의 실태와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수도권 대규모 산단 조성, 전북지역 등 비 수도권 옥죄기

수도권 규제가 줄줄이 풀리면서, 전북지역 등 비 수도권 지역이 존립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수도권인 김포시는 해마다 300여 개의 공장이 새로 들어서고 있다.

공장총량제 적용대상 사업장을 완화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를 없앤 결과다.

평택시 역시, 수도권 규제완화로 15조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했다.

경기도 역시 올해 38곳의 산업단지의 준공을 승인했다.

 경기도는 올해 산업단지 38곳을 준공시켜 1070개 기업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산업단지 규모는 9.77㎢로 전자부품, 통신장비, 바이오, 의료정밀기기 등 첨단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기도가 이처럼 대규모 산단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공장총량제와 환경 규제 등 수도권 규제 완화 때문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1982년 수도권 규제를 위해 ‘수도권 정비계획법’이 시행된 이후 2011년까지 모두 21차례에 걸쳐 수도권의 규제가 풀렸다.

현 정부에 들어서도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자연보전권역 공장 신·증설을 위한 입지 규제 완화 등의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했다.

지난해는 국내기업이 수도권으로 복귀할 때 세제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까지 통과시켰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으로 인천에는 영종도 복합리조트, 고양시에는 한류월드 조성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에 따른 비수도권의 피해액은 생산 유발 효과 최대 15조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결국 정부가 해외에서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각종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으로, 비(非)수도권 지역의 기업 유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침체된 지방경제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되고 있다.

  정부가 ‘유턴 기업’에 대해 본격적인 세제 혜택을 준 것은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법’을 만들면서다.

이때만 해도 국가 균형 발전과 수도권 과밀 억제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세제 혜택 유턴기업의 범위를 비수도권 지역으로 한정했다.

이 같은 제도적 뒷받침에 따라 전북의 경우 2013년 이후 30개 기업과 유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중 8개 기업이 전북으로 이전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유턴기업의 국내 이전이 지지부진하다고 판단, 이번에 유턴기업의 혜택 범위를 수도권까지 확대했다.

유턴기업의 비수도권 이전을 유도,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기존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 용역과 정치권에서의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관련 입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란과 이에 대해 비수도권 의원들의 반발 가능성이 적지 않았으나 지난 연말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법안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비수도권 의원 상당수가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독소조항이 법안에 반영돼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 수도권으로 복귀할 수 있는 유턴기업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의 기업 유치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이 법안에는 지방으로 옮겨올 기업에 대한 또 다른 혜택 축소 조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법에 있는 수도권과밀억제권역 밖으로 이전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에서 ‘해당 기업이 다른 기업과의 합병으로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그 혜택을 제외하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질 경우 지방 이전 인센티브를 줄이겠다는 취지여서 또 다른 수도권 규제 완화에 해당된다.


▲ 국내.외 기업 모두에게 전북경제 직격탄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간의 소득격차가 너무나 커서 지역간 분열뿐 아니라 국민간의 갈등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수도권은 비대해서 죽을 지경이고 지방은 갈수록 빈약해져, 먹고 살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전북발전연구소가 ‘수도권규제완화에 따른 전라북도 영향 분석 및 대응방안’에 대한 분석결과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해 전북도는 산업단지 조성. 분양 차질과 각종 피해액이 10년간 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상생의 정치 그리고 국가가 고르게 잘살고 발전하는 정치를 하려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넓히는 편향적이고 이중적인 행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박준영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에서 전북으로 이전한 기업체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54개에 달했다.

전북으로 이전한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했으며, 공장설립 간소화 등 재정·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북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기업이 290개에 이르렀다.

2013년과 2014년 각각 83개, 2015년에 124개 기업이 전북을 등졌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할 때 국세와 지방세 등 각종 세제혜택과 정부 및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았음에도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은 그만큼 수도권에서 기업들의 진입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기업은 물론 외국인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은 162억 달러로, 우리 돈 18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외국인 투자유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6년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도착액이 2천9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9개 광역도 중 꼴찌다.

지난해 국내 전체 외국인 투자 도착액이 97억5천900만 달러로, 전년도 2배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세계적 경기침체 등을 핑계 삼을 수만 없는 상황이다.

전북지역 외국인 투자유치 부진의 정확한 진단과 함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외국인 투자유치의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북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도착액은 2014년 2억5천500만 달러에서 2015년 8천100만 달러로 뚝 떨어졌고, 다시 지난해 반토막 났다.

직접투자 신고액(7억4800만 달러) 대비 도착액 비율도 3.9%에 그쳐 전국 평균 45.8%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내 산업단지와 농공단지 대부분이 분양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성이 완료된 도내 일반산업단지 가운데 분양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산업단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분양률이 저조한 시·군은 익산 제4산단으로 32.3%에 그치고 있으며, 정읍첨단과학산업단지 33.6%, 익산외국인부품소재산업단지 39.2%, 익산 제3산단 42.8% 등이다.

그나마 김제지평선산단(65.4%)과 부안신재생산업단지가(70.9%), 전주친환경첨단복합산단(79.0%) 등이 50%이상을 넘긴 했으나 이미 완공해놓고 분양률들이 낮아 애를 먹고 있다.

농공단지 사정은 더 열악하다.

장수단지와 남원 노암제3단지가 각각 13.6%와 17.2%로 10%분양률을 기록했고, 군산 임피단지도 23.0%, 고창 복분자 단지 37.1%, 순창 쌍암단지 45.2% 등이 절반도 안 되는 분양률을 보이며,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 대선후보들 저마다 지역균형발전 의지 밝혀

수도권중심의 정책에 대해 지역 내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중단은 물론 지역 경제발전, 지역 정주여건 개선, 지방재정 확대 등 적극적인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나마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전북을 방문,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북의 소외와 차별을 해소하겠다. 지역이 다 어려운데 그 가운데도 전북은 기존의 박정희 시대의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불균형 성장전략 때문에 차별 받고 소외됐다”면서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시급한 만큼, 차별 받아온 전북에 더 투자해서 이제는 수도권과 지역, 지역과 지역 간의 공평하게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같은당 이재명 성남시장도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와 관련, “사실 성남에 있으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동조해 달라는 목소리도 많았는데 안 했다. 그게 옳지 않기 때문”이라며 “수도권에서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뜻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도 지역격차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지역뿐 아니라 남녀 교육 세대 노동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심각한 격차를 보이고, 악순환 하고 있다”며 “다음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가 격차해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 예산 정책에서 차별 받은 전북몫 찾기를 앞장서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철학은 확실하다.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 격차가 크기 때문에 지방 경제를 살리는 철학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전북이 더 이상 홀대 받지 않도록 확실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약속이 제대로 지키고 실천하느냐에 있는 만큼, 책임정치를 요구하는 유권자와 자치단체들의 풍토조성도 필요하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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