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시아버지 윤동현씨와 며느리 김재은씨는 우석대학교 한약학과를 졸업했다.

웬만해선 쉽게 볼 수 없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나란히 학사모를 써 화제다.

24일 우석대학교 한약학과를 같이 졸업한 시아버지 윤동현 씨와 며느리 김재은 씨는 구부(舅婦)간이자 대학에서는 둘도 없는 동기생으로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으며 대학 4년을 같이 보냈다.

윤 씨는 지병으로 고생하는 부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약 공부를 시작했다.

김 씨도 시아버지에게 자극을 받고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끝에 2013년 나란히 우석대 한약학과에 입학했다.

윤 씨의 경우 처음에는 우석대 한약학과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2006년 첫 응시해 고배를 마셨다.

계속되는 낙방 소식에도 포기할 법도 하지만 칠전팔기 끝에 우석대 한약학과는 그에게 입문을 허락했다.

매년 입학면접을 볼 때마다 그를 기억했던 면접관은 면접에 앞서 ‘또 오셨네요’라는 인사를 건넨 일화는 지금도 학과에서 회자될 정도다.

윤 씨는 “대학생활 중 학생회 임원과 학과 졸업준비위원장을 맡는 등 참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며 “자식뻘 되는 동기생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대학생활 4년 내내 청춘을 가져다 준 것 같다”고 회고했다.

윤 씨는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 온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58년생으로 올해 육순이다.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방통고와 방송대, 사이버대학에서 공부에 대한 갈증을 풀어야 했다.

하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갈증은 바로 동기생이었다.

그런 탓에 대학생활 내내 36년차 띠 동갑내기인 94년생들과 친구같이 생활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중요했다.

함께 부대낀 동기생이 있다는 것, 우석대는 그래서 그에게 남다른 대학이 됐다.

대학생활을 알토란 같이 보내는 데에는 같은 학과 동기생인 며느리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대학을 졸업한 며느리 김 씨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던 차에 시아버지 윤 씨가 “같이 한약을 공부해보면 어떻겠느냐”의 말이 기폭제가 돼 내친김에 한약학과에 지원 같이 입학했다.

그리고 졸업식을 끝으로 4년 내내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경쟁상대의 마침표를 찍었다.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둘째를 출산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던 김 씨는 학생으로, 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서 1인4역을 맡느라 동분서주해야 했다.

김재은 씨는 “엊그제 도서관에서 밤을 지센 것 같은데 벌써 졸업을 하다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10년 만에 다시 새내기로 돌아가 새롭게 대학을 다니면서 일상적인 변화는 물론 학업을 통해 얻은 성취감을 비롯해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것은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분간 졸업과 동시에 더 깊이 있는 한약 공부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전공을 살려 제2의 인생을 준비할 계획이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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