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정세균(SK)의 표정은 온화하다.

정치인의 주무기인 ‘카리스마’ 측면에선 다소 연약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유다.

그래서인지 정세균 의원이 초재선일 때, 지금의 국회의장 자리까지 오를 지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15대 국회, SK가 초선일 때는 쟁쟁한 정치인이 수두룩했다.

게다가 그가 초선으로 여의도 입성했을 당시는 보수정권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시기였다.

20여년 전 SK를 처음 만났던 기자도, 그러한 정치적 환경 등을 감안해 “정 의원은 4~5선 정도가 최고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처럼 새로운 정치상을 만들어낼 지 당시는 미처 몰랐다.

그러나 정 의원이 재선, 3선을 거치는 동안 지근거리에서 세밀히 보니 “어쩌면 최고봉까지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는데 결국 SK는 현재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됐다.

정세균 의장은 입법부 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니, 어쩌면 사실상의 국가 서열 1위는 정 의장이라 해도 되겠다.

실제로 최근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주요 현안에 대한 키는 정 의장이 쥐고 있다.

정치인 정세균은 어떻게 오늘의 위치에 올랐을까. 기자에게 핵심적인 요인 한 가지를 들라면, 그의 정치 소신인 ‘원칙주의’를 꼽고 싶다.

SK는 유리하거나 불리하거나를 따지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는, 명확한 정치 소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정치 행보 역시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행보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를 따르거나 지지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지난 해 12월9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붙였다.

탄핵안은 무기명으로 실시된다.

그래서 탄핵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국민 상당수는 국회 표결을 기명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표결 몇 일 전, 당시 정 의장과 면담했던 기자는 기명으로 표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자 정 의장은 “그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나는 국회의장을 2년 하지만, 내가 필요에 의해서 원칙을 깨는 것은 다음 의장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잘 받들 것”이라며 정 의장은 무기명 표결 원칙을 강조했다.

결국 무기명으로 진행된 표결에서 찬성은 마지노선인 200표를 훨씬 넘어 234표로 나타났다.

만일 정 의장이 기명 표결을 결정했다면 표결 결과에 상관없이 여야 정치권, 국민 사이에 후유증이 상당했을 것이다.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이 또 다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야 4당이 정 의장에게 특검연장법안 직권상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특검 연장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았던 만큼, 야 4당을 포함해 정 의장에 대한 직권상정 요구는 거셌다.

정 의장은 직권상장에 대해 “국회 법사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야 4당뿐 아니라 여당인 자유한국당과도 합의 전제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법을 어길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여전히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직권상장을 요구하고 있다.

직권상장 여부를 떠나, SK의 원칙주의는 정치인들 특히 전북 국회의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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