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서 유소년기를 보낸 작가가 어류-바다를 통한 생명의 본질 담아

박형권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모악시인선’을 내놓고 있는 모악출판사가 다섯 번째로 박형권 시인의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을 펴냈다.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난 시인은 가덕도에서 유년을 보냈다.

경남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지방직 농업주사보로 1년 근무하다 그만두었다.

이후 미술학원을 운영하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라디에이터공장 애자공장 바지락양식장을 다녔다.

2006년 <현대시학>에 시 <봄, 봄>이, 2013년 한국안데르센상에 장편동화 <메타세쿼이아 숲으로>가 당선되면서 글쓰기에 전념했다.

시집 <우두커니>(실천문학) <전당포는 항구다>(창비) <도축사 수첩>(시산맥),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낮은산) <웃음공장>(현북스) <메타세쿼이아 숲으로>(현북스) <나무삼촌을 위하여>(현북스), 청소년소설 <아버지의 알통>(푸른책들)을 펴냈다.

이번 시집의 시인은 4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가덕도에서 보낸 유소년기의 고독이 담겨 있다.

‘섬’처럼 외로웠으나 ‘섬’처럼 우뚝하고자 했던 시인의 삶은 군수, 짱뚱이, 쑤기미, 술배이, 보리문주리 등 가덕도와 부산, 마산, 진해의 바다를 떠도는 물고기들에게 실려 있다.

시인은 어류의 생태와 사람의 살림을 등치시켜놓고 교묘하게 맞닿는 접점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삶의 고비마다 문득 전해오는 어신(魚信)을 낚아채고자 하는 욕망은 늦은 챔질처럼 헛손질도 하지만, 가덕도에서는 모든 것이 용서된다.

시인은 가덕도의 삶이 조금씩 잊혀져가는 것처럼 아름다운 말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시인은 말이 사라짐으로써 삶이 피폐해졌다고 믿는다.

삶의 내밀한 고백을 더는 들을 수 없게 된 시대에 시인은 황홀한 말씀을 전해주던 가덕도 탕수구미의 죽음을 기억한다.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가덕도 바다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자연 현상들을 해석하고 있다.

달도 뜨지 않은 칠흑 같은 밤에도 바다는 결코 캄캄하지 않다.

어둠이 내릴수록 바다는 저절로 빛난다.

가덕도 사람들에게 바다의 빛은 ‘시거리’로 반짝인다.

스스로 광원(光源)이 되어 저절로 빛나는 것, 그것은 생명 있는 것들의 본질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밝히는 존재들이다.

시편마다 가덕도 어류를 등장시켜 그것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짚어내고 있는 시인은 가덕도의 삶을 심해의 바닥까지 통찰한다.

정일근 시인은 “이번 시집 원고를 읽으며 나는 이 시집을 ‘박형권 어보(漁補)’로 정의한다. 시집에 등장하는 50여 마리의 물고기가 그렇다. 시인의 생은 부산, 가덕도, 진해, 마산 등의 바다를 떠돌며 살았다. 그 물고기들이 이 시집에서 시인의 맑고 푸른 청춘의 남쪽 바다에서 싱싱하게 튀어오른다”는 추천사를 남겼다.

김경복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는 첫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민중적이고도 농경적 상상력을 거쳐, 두세 번째 시집에 보였던 소외와 가난의 현실주의적 상상력을 통과한 뒤, 바다와 유년으로 출렁대는 원초적 그리움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며 “그가 이 세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사연에 대해서는 그의 시적 도정을 따라가 본 독자라면 자연스레 납득할 터이지만, 이번 네 번째 시집만을 따로 두고 본다 하더라도 그 그리움의 깊이와 정도가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워 한 권의 시집으로서 가지는 가치는 남달라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이유로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이번 시집의 시들이 모두 해명하고 있는 데다 동시대의 현대인이 갖는 결핍의 문제성을 본질적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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