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뭇한 붓 끝에 피어난 '마음'··· 여백의 울림

청년작가와의 만남 #11 이홍규작가

사람들이 똑같은 밤 풍경을 바라본다고 해서 그 모습이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풍경일 수는 없다. 어떤 이는 달빛에 매료되고, 어떤 이는 별빛에, 또 까만 밤 속에서 빛을 내고 있는 네온사인에, 달빛과 함께 출렁대는 강가에 매료될 수도 있다. 그림 역시 똑같은 풍경을 그린다고 해서 다 똑같을 수는 없다.
/편집자주


이홍규 작가는 최근 자신의 감정을 담은  설경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어느 날 달빛 풍경을 바라보는데 이 풍경을 혼자 느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다. 같이 거닐며 이 풍경 속에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빛을 그리고 싶었던 작가는 그 때부터 그림에 자신의 마음을 담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는 종종 인물이 등장한다. 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 손잡은 연인, 우체통 앞에 서 있는 사람, 그리고 강아지까지 풍경 속 인물들은 제각각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전 여기가 어디인지 장소의 중요성보다는 어떤 느낌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간혹 제 그림을 보며 ‘이 곳이 어디에요’ 질문들 하곤 하는데 전 장소의 궁금증보다는 풍경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사람들이 더 관심 가져주길 바라죠.”

작가의 작품 대다수가 설경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백 때문이다. 한국화를 그리는 작가는 한국화적인 느낌을 보다 더 잘 살릴 수 있는 겨울을 선호한다. 봄과 가을은 색이 많지만 자칫 답답한 느낌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벗어나 여백, 비움을 그리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설경을 많이 그리게 됐다. 눈의 풍경은 여백이 되고는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백은 비운 것이지만 또 그린 것이기도 하다.

“처음에 눈을 그릴 때 따뜻한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눈은 역설적이게도 추운 날에 내리지만 따뜻한 기운이 있잖아요. 제 그림에도 그것을 담아보고자 했죠. 지금까지는 그래도 성공적인 것 같아요. 70~80%는 춥지 않고, 따뜻하다고 말해주거든요.”

작가가 처음부터 그림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낸 것은 아니다. 그동안은 풍경을 실제와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굉장히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왔다.

그러다가 우리 모두가 느끼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을 표현하고 싶었고, 달빛의 아름다움을, 눈의 따뜻함과 같은 무형에서 오는 느낌을 표현해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 안에서 작가는 조금씩 변화되는 것을 찾았다. 그 변화 시점은 2012년이다. 작가는 2012년 개인전부터 ‘내 마음의 풍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보여주고 있고, 현재도 그렇다.

“그때 쯤 제 나름의 해석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래서 내 마음을 담는다는 의미로 ‘내 마음의 풍경’을 주제로 삼았죠.”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작가는 스케치가 있는 화도 위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스케치 위의 그림은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유로움은 제한받는다.

“어릴 때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봤을 때 별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굉장히 세련된 그림인거요. 아래쪽에서의 시점, 위에서 바라본 시점을 한 그림에 넣었잖아요. 대단하죠. 저도 현실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작가는 오는 5월 전주 숨갤러리와 서울의 한옥갤러리에서 전시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의 마음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당장은 아니지만 작가는 또 한 번 자신의 변화를 예고했다. 성급하지 않게 천천히 한 걸음 내딛겠지만 ‘내 마음의 풍경’이 발판이 돼 좀 더 발전된 작품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제가 언제까지 수묵작업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한정된 틀에 갇혀있기 보다는 계속된 저의 작업들을 발판삼아 발전시킬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프로필

전주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개인전

2016 제9회 내 마음의 풍경 展/가나인사아트센터(서울) 

        내 마음의 풍경 展/우진문화공간(전주)

2015 제8회 내 마음의 풍경 展/가나아트스페이스(서울)

2014 제7회 내 마음의 풍경 展/백운갤러리(서울)

2013 제6회 김치현미술상 청년작가 展/전북예술회관(전주)

        제5회 내 마음의 풍경 展/인사아트센터(서울)

2012 제4회 내 마음의 풍경 展/공유갤러리(전주)

2010 제3회 이홍규 수묵풍경 展 Ⅲ/우진문화공간(전주)

        제2회 이홍규 수묵풍경 展 Ⅱ/인사아트센터(서울)

2008 제1회 이홍규 수묵풍경 展 Ⅰ/교동아트센터(전주)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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