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난 빨강' 따뜻한 감동 공공의 목표와 가치 구현 '클라우스슈밥 4차산업혁명'

▲ 신혜원 전북 하브루타 독서코칭 연구회 전문강사

우리 집에는 정말 많은 책들이 있다.

책장에 빼곡히 차고도 넘쳐 바닥에, 그에 더해 식탁 위까지 집안곳곳에 책들이 있다.

이사할 때 몇 번을 망설이다 나눠주기도 하고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 어느새 또 그 지경이 돼버렸다.

나름대로 대여할 책과 소장해야하는 기준이 생기기도 했지만 말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취학 전 소반에 책을 펼쳐놓고 보시던 할머니와 4대의 살림살이를 하면서도 늦은 밤 꾸벅이며 <마지막 황녀>를 읽으시던 엄마의 모습이 스친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유년시절 책이라는 매개체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또 취학 후 엄마가 사주셨던 오롯이 나만의 것인 <세계명작전집>이 있었다.

책이 맛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찌나 달고 맛있었는지 그때부터였다.

읽을거리를 보면 가슴이 설레고 벅차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종이의 향을 느끼고 사락사락 책 넘어가는 소리 문장마다 맥락마다 타인의 생각을 만나고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또 다른 세상과의 소통, 느리지만 분명 충분히 교감하는 영혼의 울림이 맛있다.

지금도 여전히 그림책부터 전문도서까지 좋아서이기도 하고 필요에 의해서도 책 놀이를 즐기는 편이다.

최근 읽었던 책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잡아줬던 것 같다.

언젠가 ‘심심하게 살고 싶다’는 박성우 시인을 맛깔나게 소개한 안도현 시인의 글을 보았다.

궁금함을 못 이겨 그의 글을 찾아 읽게 된 것이 청소년들의 일상을 그린 시집 <난 빨강>과 창비가 펴낸 따끈한 신작 <사과가 필요해>다.

본문에 “속이 없는 게 아니라 속을 비워두는 거야!”라고 외치는 대나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이유 있는 이야기가 소낙비의 경쾌함으로 왁다글닥다글 시로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을 위한 시지만 한겨울 시린 대지를 포근히 감싸주는 눈 이불처럼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덮어준다.

연일 최고공직자들의 국정농단과 윤리문제, 진보와 보수의 이념과 색깔논쟁이 콩 볶듯 요란 하다.

어쩌면 이 혼란을 통해 새로운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는 소중한 기회가 아닐까 싶다.

인권연대에서 기획하고 철수와 영희에서 펴낸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는 표창원, 오인영, 선우현, 이희수, 고병헌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폭력, 민주주의, 편견, 세계의 문화, 평화 등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무용(無用)명제론적 세상에 대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치유하고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들이다.

또 한권은 새로운 현재가 펴낸 <클라우스슈밥의 제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은 무엇이며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공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제4차 산업혁명이 주는 공공의 목표와 가치, 공동의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빛과 그림자라는 양가적인 측면에서 사회나 정부주도는 물론 개인마다 상실보다는 변화를 준비하는 시기여야 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글쓰기>는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법하다.

글쓰기 방법도 방법이지만 일화마다 새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에 대한 깊이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해야하는 공동의 시대적 요구의 갈급한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떠오른다.

“한 사람의 속삭이는 진언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토론과 공개 검증을 거쳐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수장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내 안에서 송곳처럼 비어져 나온다.

우리에게는 재탄생의 선택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인간이 데이터화되어가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소통이 있는 유일한 비상구가 아닐까?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나에게 책이란 ‘거인의 어깨’다.

누워있는 책들의 불편함은 다소 길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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