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된 인간의 본능-욕망 감춰진 내면 속 고민 담아"

사람들은 자신을 숨긴다. 자신의 본능을 드러내길 꺼려하고, 두려워한다. 또 본능을 계속해서 억제하니 자신의 본 모습이 무엇인지 잊기도 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의식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나 학습하면서 본능을 억제 받는다.
김판묵 작가는 이러한 인간의 본능에 주목한다.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관찰의 결과를 캔버스에 옮긴다.
/편집자주


군산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김판묵 작가는 지역사회에서 꽤나 알려진 작가다.

올해 33세로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나이이지만 그의 활동 폭은 꽤나 넓다. 꾸준하게 개인전을 선보이고, 단체전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지난해에는 청년작가들의 모임인 ‘C.ART’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도 부천 출신인 그가 지역사회에서 이렇게 열심히 활동한다는 것은 그의 열정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2012년 우진문화공간 청년초대작가전을 통해 첫 개인전을 연 작가는 방독면이라는 소재를 처음 등장시킨다. 앞서 단체전에서는 현대인의 모습을 로봇에 비유해 선보였었다. 감정표현을 숨기고 로봇처럼 움직이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러던 그는 로봇에서 방독면까지로 소재를 확산시켰다.

“나이가 좀 더 먹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보니 로봇의 표현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내용을 담으려 애썼죠. 그러다 문득 군 생활 중 썼던 방독면이 떠올랐어요.”

작가가 느낀 방독면의 느낌은 얼굴을 뒤덮어 답답하고, 서로의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방독면은 사람을 억죄고, 공기를 여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방독면은 현대인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우리의 본 모습을 숨기고, 언어 역시 가슴에서 느끼는 그대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서 한 번 여과시켜 입으로 내뱉는다. 그렇기에 방독면의 소재는 꽤나 흥미로웠다.

작가는 이 방독면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첫째로 욕망과 본능이 있다. 주로 성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남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으로 남성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이를 가면 뒤로 숨긴다. 작가는 이러한 남성의 내면성을 밖으로 표출해 보여줌으로써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두 번째로 유혹이 있다. 방독면을 쓰고, 본능과는 다른 사회적 언어로 이야기하지만 몸은 다르게 반응한다.

작가가 3회 개인전 때 선보였던 <놓지 말아요>를 보면 한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여자아이는 방독면을 쓰고 있으며 사과를 손에 쥐고 있다. 하지만 손은 어른에게 잡혀있다. 자신의 욕구를 차단당하고,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놓친 아이가 애처롭다.

3회 때 소재가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망원경이다.

“방독면 소재가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고 있을 때 친누나에게 살면서 회의감이 들 때가 언제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목표를 정해서 달렸는데 목표를 이룬지도 모른 채 또 다음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데 망원경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망원경은 내가 보고자 하는 지점을 정확히 보여준다. 그러나 그 지점만 보여줄 뿐 주변은 생략된다. 내 자신과 주위를 돌아볼 틈 없이 달려가는 것 또한 지금 현대인의 모습이다.

오는 9월 작가는 4회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전시 주제는 ‘Like’로 SNS로 소통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으려 한다.

“SNS가 보급되면서 서로의 일상을 온라인을 통해 바라보고, 그에 응답으로 좋아요나 하트를 누르잖아요. 전시장을 방문한 이들이 실제 작품을 보고 좋아요를 누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4회 때 보여줄 작품들은 정리되고, 꾸며진 것이 아니라 날 것 느낌이 가득한 작품을 선보이려고 해요.”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면서도 혹시라도 자신이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제한시킬까봐 염려했다.

“전 관람객들에게 굳이 작품 의도를 설명해주지 않아요. 작품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좋거든요. 또 작가로서 그러한 해석이 흥미로워요. 그냥 편한 시선으로 전시장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프로필

국립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한국회화 전공졸업

2012. 동 대학원 조형예술디자인학부 현대미술전공 졸업

2013.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조교 역임 현 군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출강 C.Art 회원, 23area 공동대표, 전북인물작가회 총무 개인전

2015. Gallery TOAST 초대 개인전 (Gallery TOAST-서울)

2013. gallery 숨 초대 개인전 (gallery 숨-전주)

2012. 청년작가초대전 (우진문화공간-전주)

/윤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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