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배숙 국회의원

정치인들이 너무 쉽게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한다.

정치인의 말바꾸기와 거짓말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국민이 이를 쉽게 망각하고,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있었던 대표적인 정치인의 말바꾸기와 거짓말을 살펴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검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진실 규명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특검 조사도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이 거짓말은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는’ 근거가 되어 헌재의 탄핵판결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2014년10월20일 당시 이슈가 된 개헌론에 대해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는 “국회차원의 개헌을 막는 것은 월권이고, 독재적 발상”이며, “국민의 대표이고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을 대변해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7년3월16일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민주당을 제외한 3당이 ‘대선 날 개헌 투표’에 합의한 것에 대해 “정치인들이 무슨 권한으로 결정합니까? 국민들에게 물어봤습니까?”라고 말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의 말처럼 들린다.

본인이 2014년에 한 말에 비추어보면 스스로 ‘월권이고 독재적 발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말을 바꾸다가 자기 덫에 걸린 것이다.

2014년10월20일에 ‘국민의 대표’이고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2017년3월16일에는 ‘권한이 없는’ 정치인이 돼버렸다.

왜 생각이 바뀌었는지 설명도 없다.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문 후보가 지금 대선 후보로 뛰고 있는 것도 말을 크게 바꿨거나 거짓말인 경우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 나와서 ‘최순실 씨를 알지도 못하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시치미를 뗐지만 며칠 못가서 들통 났다.

김 전 실장은 SNS상에서 ‘청문회 사상 최고의 악인’으로 등극했고, 결국 구속됐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정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조 전 장관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첫 현직 장관’의 불명예를 안았고, 역시 구속됐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11월30일 야3당의 탄핵추진 합의에 대해 “그 사람들이 그것을 실천한다면 제가 뜨거운 장에 손을 넣고 지지겠다. 야당은 지금껏 실천하지 못할 거짓말들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국민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봤지만 이 전 대표는 장을 지지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의 굵직한 말바꾸기와 거짓말과 비교해 결국 ‘손가락에 장을 지지지 않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의 말은 애교로 봐줄 만하다.

정치인의 말바꾸기와 거짓말이 만연하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국민의 무감각과 무관심이 정치인의 말바꾸기와 거짓말이 자라는 토양이다.

이를 발본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정치인의 말에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바늘도둑을 그냥 두면 소도둑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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