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군산해경 정보외사계장    

오랫동안 앓고 있어 고치기 어려운 것.

오래되어 바로잡기 어려운 것.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고질적(痼疾的)’이라는 단어다.

해양범죄 단속계획 서두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이 단어는 매년 쓰임새의 변화 없이 단어의 의미를 확실하게 고찰시켜 주고 있다.

불법조업, 면세유 부정수급, 선박 안전조업 규칙 위반, 무기산 사용 등에는 항상 ‘고질적’이란 단어가 접두사처럼 따라 붙는다.

매년 어업인 홍보와 계도에 이어 단속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이듬해 다시 ‘고질적’이라 지칭하는 것을 보면 근절의 노력과 반비례하는 모양새다.

조사에 응하는 피의자 역시 변명은 있다.

“불법이며, 위험한 건 알고 있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바로 돈이 보인다, 모두가 다 그렇게 한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등 대부분 금전적 이익으로 귀결되는 변명들이다.

최근 한 언론에서 ‘우리 바다가 가난해졌다’라는 제목으로 매년 어업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꼬집었다.

물론 복합적인 이유와 환경적 요인도 빼놓을 수는 없겠지만, 이 기사에서는 어획량 감소의 근본적 원인을 ‘남획’에서 짚어봤다.

어업 장비와 어선 성능이 발달했음에도 1972년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100만t 아래로 내려간 사실에 주목했다.

돈을 벌 목적으로 무분별한 남획, 고질적인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황금어장이 황폐화되고 더 이상 우리 연안에서 조업을 할 수 없게 되어서야 ‘고질적’이란 말이 사라지게 될까. 중국연안에서 사라진 고기를 쫒아 서해상에 떼를 지어 출몰하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역시 그 시작은 무분별한 남획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고질적 불법행위 근절에는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단속인력을 배로 늘린 들 자성과 자각이 없다면 변죽만 울리다 또다시 고질적이라는 단어가 뒤를 이어갈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바다가족 스스로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오래되어 바로잡기 어렵다면, 바로잡기 위해 다시 오랜 기간 노력해야 한다.

단지 눈앞의 이익을 위해 그동안의 고질적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통용된다면 황금어장, 만선의 깃발은 역사 속에 남겨진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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