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소추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헌법이 대통령을 파면했다.

최순실 게이트로부터 시작해 전 국민을 충격과 혼란에 빠트린 탄핵정국은 새로운 희망과 과제를 남기며 1막이 마무리됐다.

처음부터 정치권의 의지보다 광장으로 분출된 거대한 촛불의 힘으로 이뤄낸 탄핵이었다.

지난 11월 탄핵추진단장을 맡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만들고, 헌재 재판정에서 국민의 승리를 마무리하기까지. 탄핵의 전 과정을 촛불이 함께 했기에, 온갖 꼼수로 헌재의 탄핵 심판을 방해하려던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공격 속에서도 헌재와 국회에 의한 정당한 법치를 지켜낼 수 있었다.

분노와 저항의 촛불을 높이 들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이뤄낸 광장의 민심은, 이제 우리 사회 모든 기득권 세력을 향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탄핵 이후의 2막이 시작된 것이다.

탄핵의 1막이 촛불과 법치의 승리로 끝이 났듯, 새롭게 시작될 2막 역시 그러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적폐들,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모든 불합리한 기득권을 혁파하고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새 시대를 설계해야 한다.

이 같은 주권재민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앞장서야 할 주체가 바로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다.

국회 스스로가 가장 먼저 개혁의 대상이 되어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께 권한을 돌려드리고 겸허한 자세로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

특히 탄핵 직후 대선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개헌 논의 역시 철저하게 국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국회 권한 강화와 대통령 임기 문제 등을 논의하는 것은, 결코 탄핵으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이해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국회가 국민의 대리인이자 개헌의 주체로서 우리 사회의 개혁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자격을 인정받는 것이 먼저다.

국회의원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앞에 겸허하게 나아올 때, 비로소 국민께서도 개헌의 내용에 동의하고 지지를 보내 주실 것이다.

우리는 과연 그 정도의 감동을 드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 탄핵은 국민의 승리지 국회의 승리가 아니다.

정치인 모두가 너무도 당연한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촛불을 통해 보여주신 국민의 진의를 왜곡하고 자만에 빠지는 순간, 민심이 휘두르는 회초리가 국회로 향할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 탄핵소추위원으로서 탄핵의 전 과정에 참여하며 확인한 민심의 위대함을 곱씹는다.

탄핵으로 시작된 국민의 명령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더 낮은 자세로 가겠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유일의 3선 의원으로서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권교체를 이루고,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는 일에 힘을 보태겠다.

누구보다 고통스레 92일의 탄핵 심판을 지켜보시며 묵묵히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2017년, 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는 정치로 보답하겠다.

/이춘석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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