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기 좋은 정책이 성공하기도 좋다
부르기 좋은 정책이 성공하기도 좋다
  • 이신우
  • 승인 2017.03.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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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급식지원 프로젝트 김승수시장 '엄마의 밥상'로 지방자치박람회서 우수정책 전주정신의숲-동네복지 등 시민소통담당관실 '다울마당'

네이밍(naming)이란 ‘이름 짓기’다.

생명 있는 것과 사물에는 대부분 ‘네이밍’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공공기관의 정책이나 사업에도 ‘좋은 네이밍’이 필요하다.

좋은 네이밍을 붙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정책이나 사업이 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정책, 사업으로 가기 위해 좋은 네이밍을 쓰려는 노력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다.

딱딱하고 건조한 이름 보다는 신선하고 선명성 있는 네이밍이면 더욱 좋다.

여기에 진정성까지 묻어나면 호감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좋은 네이밍’을 만드는 일은 비단 공공기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는 ‘네이밍 전쟁’의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에서, 금융에서, 상품 브랜드에서, 나아가 모든 사회 현상과 맞닥뜨린다.

이름에는 그것을 대하는 사회적 시각과 인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엄중하고 까다로운 일이 ‘이름 짓기’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전주시의 정책이나 사업에 쓰이는 네이밍을 들여다 보면 딱딱하고 틀에 박힌 이름을 탈피해보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전주시 ‘네이밍’을 따라가 본다.

그리고 ‘네이밍 전쟁’과 ‘난해한 네이밍’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전주시 ‘네이밍’ 누가 어떻게 짓나  

‘베스트(best) 네이밍’은 정책이나 사업을 완성시키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워스트(worst) 네이밍’은 이들을 무미건조하게 만들어 후퇴시킬 수도 있다.

공공기관의 사업이나 정책은 대체적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이름이 많다.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명칭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네이밍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자체들이 소리없는 ‘네이밍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민선6기 들어서 전주시의 정책 네이밍은 신선도가 높아진 느낌이다.

눈에 확 띄는 ‘정책 네이밍’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것이 ‘엄마의 밥상’이다.

‘엄마의 밥상’은 밥 굶는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배달하는 사업이다.

아침밥을 굶는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이 사업의 원래 이름은 ‘결식아동 급식지원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원래 이름은 딱딱하고 틀에 박혀 정형화된 느낌을 줬다.

부서에서 올라온 사업명칭을 보고 ‘엄마의 밥상’으로 이름을 바꾼 사람은 다름 아닌 김승수 시장이었다.

결식아동이라는 말 자체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처럼 쉽고 순수하게 다가서자’는 김 시장의 지시사항이 자연스럽게 사업 이름으로 낙점된 사례다.

‘엄마가 지은 밥처럼 정성이 담긴…’ 그런 ‘엄마의 밥상’은 지난해 10월 세종시에서 열린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우수정책으로 소개돼 유명세를 탔다.

지난 1월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전국 지자체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엄마의 밥상’과 쌍을 이루는 이름이 ‘지혜의 반찬’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도서를 지원하는 일이다.

몸을 위한 양식이 ‘엄마의 밥상’이라면 마음을 위한 양식은 ‘지혜의 반찬’에서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좋은 네이밍’이 ‘알맹이 있는 정책’으로 발전된 사례다.

물론 이들 사업이 좋은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든든한 후원자가 뒤에 있었다.

또한 ‘전주정신의 숲’, ‘차 없는 사람의 거리’, ‘동네복지’, ‘첫인상프로젝트’, ‘전주천 소풍길’, ‘희망줍는 손수레’, ‘아시아문화심장터 백만평 프로젝트’, 복지재단 ‘전주사람’ 등의 네이밍은 김 시장이 직접 제안하거나 의견을 내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선6기 전주시 민관거버넌스를 총칭하는 정책 명칭인 ‘다울마당’은 시민소통담당관실에서 지은 이름이다.

다울마당은 민선6기 전주시에서 내세운 민관협력 거버넌스 사업의 총칭으로 ‘다 함께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는 마당’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정 주요 현안이나 중심 시책에 시민의 참여를 통해 시정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을 지칭한다.

민원실의 새로운 이름 ‘끝까지 동행 민원실’의 원래 이름은 ‘끝까지 동행센터’였다.

하지만 센터라는 이름이 오해를 부를 수 있고 ‘민원실’이라는 이름을 뺄 수 없다는 담당부서의 의견을 곁들여 ‘끝까지 동행 민원실’로 절충한 사례다.

 청년들의 소통공간인 ‘비빌’은 청년희망단 스스로 의견을 모아 제정됐다.

‘비빌’은 '맞대어 문지르다, 버무리다, 억척스럽게 버티다’라는 의미를 가진 '비비다’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혜의 원탁’, ‘한줄기 빛 금융복지상담소’, ‘온두레 공동체’, ‘첫마중길’, ‘전주책방’, ‘전주다움’ 등은 전문가의 의견으로 제안돼 결정된 이름이다.

관련 부서에서 작명한 이름도 있다.

아이숲 놀이터, 아중호반도시 프로젝트 등은 관련부서에서 지었다.

‘아중호수’의 경우 농용수를 공급하던 오랜 시절의 아중저수지 의미가 사라져 ‘호수’로 바꾸자는 오정화 시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명명하게 됐다.

전주시는 명칭제정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사업이나 정책의 경우 관련부서에서 1차로 안을 올리면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서 최종 결정권자가 마침표를 찍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명칭제정위원회에서 이름을 짓는 경우도 많다.

최근 명칭제정위원회는 연간 1000만 관광객이 찾는 전주한옥마을 관광효과를 국립무형유산원 등 전주천 너머로 확산시킬 전주천 인도교의 명칭을 ‘오목교’로 결정하는 등 다수의 이름을 지었다.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사업 또는 정책 명칭은 대부분 중앙부처 정책 명칭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 때문에 난해한 명칭을 고치고 싶어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미 정해진 명칭이라는 이유로 바꾸기 힘든 경우도 있다.

예컨대 공공도서관에서 실시하는 ‘북스타트’ 사업의 경우 나름 세련된 단어 선택의 묘미를 느낄 수 있으나 의미전달에 모호한 측면이 많다고 봤다.

이 때문에 김승수 시장은 ‘생애 첫 도서관’ 사업으로 명칭을 바꿔 사용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하는 독서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선명성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드림스타트’ 사업도 비슷한 의도에서 ‘아이 희망꿈터’라는 별칭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전주시 드림스타트는 지난 2011년부터 지역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보건•복지•보육 등 각 분야별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조금은 생경하고 비 호감 사업 명칭의 사례로 ‘지역사회서비스 지원사업’이 있는데 이는 중앙부처에서 자치단체와 매칭해 진행하는 복지서비스 사업의 네이밍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사업이 추진됐는데도 개념 파악이 어려워 담당자 조차 설명하기 힘들어 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네이밍 전쟁’과 ‘난해한 네이밍’  

‘네이밍 전쟁’의 시대다.

네이밍은 보다 유리한 정책가치와 시장가치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선거는 ‘네이밍’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네이밍이 선거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놓고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몰아붙였다.

한나라당은 오명을 씻어내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또 당시 한나라당이 네이밍을 통해 야권에 타격을 입힌 사례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를 넘어 교육문제에서도 네이밍 전쟁은 존재했다.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國定) 선언을 놓고 여야가 네이밍 전쟁을 벌였다.

국정교과서라고 하면 국가가 좌지우지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국민 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친일 유신 교과서’ ‘정권 맞춤형 교과서’ ‘박정(박 대통령이 정한) 교과서’ 등으로 ‘나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했다.

금융권의 좋은 네이밍 찾기도 생존전략의 하나다.

1금융권 은행계열의 저축은행들이 최저금리로 햇살론이나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잇돌’이 금융계에서 화제다.

딱딱한 금융상품을 우리말로 쉽게 풀어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네이밍’에 심혈을 기울이는 까닭은 상품명 하나로 정책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구 가전업계의 ‘네이밍’ 경쟁도 뜨겁다.

수십년 동안 '침대는 과학'이란 문구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에이스침대의 마케팅 전략에 '위생'이라는 네이밍으로 맞불을 놓은 것은 코웨이다.

소비자에게 매트리스는 구입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좋은 네이밍’ 하나가 제품의 특성을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시켜 주고 매출과 직결되기에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네이밍은 각종 정책가치와 시장가치를 결정짓는다.

‘난해한 네이밍’은 일반인들에게 환영 받지 못한다.

BK21(Brain Korea 21)프로젝트는 세계 수준의 대학원과 지역 육성하기 위한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사업으로 2005년 12월 발표한 1단계 BK21 사업부터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괄호 안의 영단어를 빼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특정인들의 전유물처럼도 느껴진다.

철저하게 한자말로 무장한(?) 단어도 있다.

‘공공부조사업(公共扶助事業)은 극빈자 또는 자연적이고 인위적 재해에 의해 발생한 이재민들의 구호사업의 의미다.

생활보호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자를 모르면 감으로 때려잡는(?) 수준의 해석밖에 도리가 없다.

물론 이들 단어가 무조건 잘못 지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함의를 부여하다 보니 알파벳이나 한자로 조어를 만들 수 밖에 없었겠지만 좀더 쉬운 ‘네이밍’이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얘기다.

정책이나 사업명칭은 수혜자 입장에서 잘 이해할 수 있게 지어야 하는데 공급자 입장에서 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네이밍(naming)… 즉, ‘이름 짓기’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아 보면 이름 속에는 그 일을 대하는 시각과 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 않아도 이름에서 느껴지는 선명성과 직관성을 갖추면 홍보가 쉽고 사업 전파력도 빨라질 수 있다.

이름에는 그것을 대하는 사회적 시각과 인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네이밍’ 즉, 이름 짓기에는 그만큼 진중한 잣대가 필요하다.

 

서울시의 네이밍 사례  

서울시에는 정책토론회가 아닌 ‘청책(聽策)토론회’가 있다.

청책, 말 그대로 ‘들어서 꾀를 낸다’는 뜻의 토론의 장이다.

청책토론회를 통해 만들어진 정책으로 ‘희망온돌’ 정책이 있다.

희망온돌 정책은 주민주도형 이웃돕기 복지네트워크 정책의 이름이다.

또한 ‘눈물 그만’은 민생침해를 막아주는 정책 명칭으로 임금체불이나 다단계 피해 등을 서울시가 상담하고 구제해주는 정책이다.

‘천만의 말씀’은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아이디어 공모사업 이름이고, ‘희망내일’은 일자리박람회를 지칭하는 사업명칭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희망들, 희망드림 등 서울시 정책이나 사업명칭 중에는 유난히 ‘희망’이라는 말이 많이 들어간다.

아마도 ‘희망제작소’ 출신 박원순 시장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은 ‘이름 짓기’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많은 정책 명들이 박 시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잡상인이나 노점상을 각각 ‘이동상인’ ‘거리가게’로 바꿔서 부르자고 제안한 사람도 박시장이다.

다만 심야버스 이름인 ‘올빼미 버스’는 시민공모를 통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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